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장 마감 뒤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사주 매입에 700억달러(약 93조94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지난 1월 여건이 어려워졌다면서 직원 1만2000명 감원을 발표한 바 있다.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모두 2억2600만달러(약 3033억원)를 챙긴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또 한 번 눈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는 기쁜 일이지만 대규모 감원 등을 통해 마련한 돈을 기술 투자가 아닌 주주들과 경영진의 배를 불리는데 쓰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피차이 CEO의 지난해 보수 대부분이 스톡옵션이다. 경영진은 대개 주가가 뛰면 스톡옵션을 받고,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더 높은 금액을 기대할 수 있어 자사주 매입으로 큰 이득을 본다.
여건 악화됐다면서도 자사주 매입은 지속
알파벳은 ‘달라진 경제 현실’과 과잉 인력을 이유로 대규모 감원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허리띠 졸라매기와 관계 없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라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한 700억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은 지난해 규모와 같다.
알파벳은 지난해에도 700억달러 자사주 매입에 나서 애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돈을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쓴 기업이었다.
기업 자사주 매입에 관해 정치권과 재계는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주 매입 예찬론자다. 그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시중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식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단이라면서 비판론자들을 경제적 ‘문맹’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자사주 매입에 매우 부정적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고, 설비에 투자하는 등 생산적인 목적으로 돈을 쓰지 않고 주주들과 경영진의 배만 불리는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효과적으로 조작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회는 지난해 자사주매입에 1%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클라우드 흑자 전환
알파벳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구글 클라우드 사업 부문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1·4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억9100만달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난해 1·4분기 58억2000만달러 매출에 7억6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에 비해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다.
그룹 전체 매출은 697억9000만달러, 주당순익(EPS)은 1.17달러였다.
역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좋은 성적이었다.
리피티니브 설문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689억달러 매출에 1.07달러 EPS를 전망한 바 있다.
탄탄한 실적과 자사주 매입 호재에 힘입어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정규거래를 2.12달러(2.00%) 내린 103.85달러로 마감한 알파벳은 시간외 거래에서는 4.12달러(3.97%) 뛴 107.97달러에 거래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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