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3년째 권고치 미달
수출, 경제체력 회복이 관건
수출, 경제체력 회복이 관건
원화 가치가 대외 변수에 유난히 취약한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이 다시 1340원 선에 진입한 것도 미국 은행권 위기가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 25일(현지시간) 1·4분기에 예금 잔고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예금 잔고에는 파산을 막기 위해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예치한 300억달러가 포함돼 있었다.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50%나 떨어졌고, 미국 증시 전체가 휘청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SVB 파산 이후 다음 차례로 지목됐던 은행이다. 미국 은행권 불안감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원화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 곳곳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금리인상기 은행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 가계대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3년 전 수준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때 빌린 돈의 연체율이 올해부터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사기와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맞물려 있는 제2금융권은 더 취약하다.
널뛰기 환율과 불안한 금융시장에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외환보유액이지만 이 역시 미덥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는 97.0%로 3년째 권고치에 미달됐다. IMF는 통상 ARA 100~150%를 적정한 외환보유 수준으로 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1.5%, 1999년 86.4%로 권고 수준을 밑돌았지만 2000년(114.3%) 이후 2019년까지 100%를 넘었다. 외환보유액이 지금 당장 위기로 치달을 수준은 아니라 해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가동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쇼크로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고통의 터널에 갇혀 있다. 여기에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어 재정관리도 위태로운데 설상가상 외환사정까지 나빠지고 있다. 안이한 자세를 버리고 선제 대응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에 활력을 넣어 수출을 늘리고 경제체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