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750억달러(약 100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영국 경쟁당국이 막아섰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역대 MS의 최대 인수합병(M&A) 계획인 액티비전 인수가 게임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양사간 M&A 승인을 거부했다.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하면 MS는 매출 규모로 중국 텐센트, 일본 소니에 이어 세계 3위 게임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콘솔 우려는 완화됐지만…
CMA는 특히 지난달 예비조사 결과 발표 당시만 해도 MS의 액티비전 인수를 승인할 듯 했다.
그러나 이날 CMA는 당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 문제를 승인 거부의 주요 명분으로 들고 나왔다. 아직 초기 단계인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서 MS가 액티비전 게임을 독점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장악하고, 이에 따라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경쟁과 혁신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CMA는 우려했다.
CMA는 앞서 지난달 예비조사 보고서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게임 콘솔 시장 경쟁 저하 우려를 내려놔 양사간 합병 승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하면 액티비전 게임들을 자사 게임 콘솔에만 독점적으로 공급해 게임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던 CM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MS가 액티비전 게임을 자사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인 X박스게임패스에 올릴 때에는 다른 클라우드 게임 업체도 라이선스 방식으로 10년 동안 같은 게임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CMA는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CMA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MS의 해결방안은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다.
좀비 합의
CMA의 제동으로 주가가 폭락한 액티비전은 영국이 기업들에게 문을 닫아버렸다고 비난했다. 액티비전은 CMA가 인수에 제동을 걸었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라면서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액티비전은 ‘콜오브듀티’ 같은 베스트셀러 게임을 만든 업체다.
이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지만 주가 폭락을 못 막았다.
액티비전은 1·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5% 폭증한 23억8000만달러, 순익은 70% 폭등한 주당 1.0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18억달러 매출에 0.52달러 주당순익(EPS)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었다.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CMA가 MS와 합병을 가로막으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한 액티비전 주주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MS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지막 순간까지 액티비전 인수를 위해 투쟁하겠지만 이미 이 M&A는 끝장 났다면서 “이제 (MS의 액티비전 인수는) 좀비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MS의 액티비전 인수는 미국에서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미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2월 양사간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
FTC는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할 경우 넷플릭스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MS도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같은 방식으로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상황은 MS와 액티비전에 조금 유리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다음달 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EU는 양사간 합병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시사해왔다.
영국의 거부로 합병이 심각한 난관에 직면한 MS와 액티비전 주가는 이날 극심하게 갈렸다.
MS는 750억달러 비용 지출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전날 1·4분기 실적 발표 뒤 인공지능(AI)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상향조정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8% 폭등했다.
반면 액티비전은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11% 넘게 폭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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