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 지역 더 소외된다? 현실 모르는 동문서답"
"권리당원-대의원 간 표의 등가성 혁파 필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는 최근 당을 환란에 빠트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태’ 재발 방지책으로 ‘권리당원-대의원 간 표의 등가성 혁파’를 제시했다. 대의원제 손질 반발 의견에는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의 도덕성이 위협받아 대의원제 개혁론을 꺼냈는데 거기에 특정 지역 강화·약화론으로 응수하는 것은 동문서답”이라고 재반박했다.
박 후보는 지난 26일 국회 의원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돈 봉투 사태는 전통적인 당내 질서 구도, 당대표와 최고위원-중앙위원-각 지역위원장-당원으로 이어지는 ‘낡은 체제’ 문제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당내 혁신은 이 부분을 혁파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앞서 박 후보는 다소 갑작스럽게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는데, 돈 봉투 사태가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다고 한다.
박 후보는 대의원제에 개선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는 “그간 권리당원과 대의원 간 표의 등가성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점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었고, 권리당원 의견을 보다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저는 현재 60 대 1차이를 10 대 1 정도로 줄이는 것을 과도기적인 차원에서의 개혁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의원은 줄서기, 로비 대상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권리당원이 수도권과 충청, 호남 등에 집중돼 있어 권리당원 위주로 중요한 당내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영남 등 약세 지역이 더 소외된다는 우려 목소리가 있다.
이에 박 후보는 '대의원제로 지역을 대변한다는 것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남의 대의원들이 있으니 그나마 영남의 이익이 보호된다는 관점인데, 실제로 민주당에서 영남의 이익이 보호되나. 아니다”라며 “영남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해당 지역(예를 들면 대구 경북) 당연직 최고위원을 둔다든지,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을 통해 약세 지역 대표성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상한 시국엔 비상한 기민성…원내대표 적임"
박 후보는 당장의 돈 봉투 사태 대처 방안으로는 당 자체 조사 기구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만약 민주당 자체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 입만 바라봐야 할 것이고 이는 공당으로서 자멸하는 것에 가깝다”며 “시급하게 당 자체 조사 기구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자정 능력과 내부 혁신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자체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원내대표가 되면 특별 조사 기구의 장을 맡아 외부 전문가를 모시고 이 사건을 철저하게 분석해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한편 그 토대 위에서 처분까지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의 당 쇄신안으로는 '당원 10만명 이상 의사를 상시 수렴할 수 있는 플랫폼 시스템 도입'이 제안됐다. 이 플랫폼을 통해 모은 당원 의사를 정책과 당 의사 결정 방향에 반영하면 줄 세우기 정치라는 낡은 정치 관행과 결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를 통해 팬덤 정치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강성 지지층은 전체 권리당원의 일부에 불과해도 자신들 의견을 밀집적이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한편 나머지 일반적인 권리당원들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워 한다”며 “그렇기에 권리당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플랫폼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이것이 강성 지지층과 당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현재 국정 전반에 대한 윤석열 정부 실정이 말로 다 못 할 정도”라며 “지금 같은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기민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금 민주당에는 윤 정권 '검찰 독재'에 용감하게 ‘맞짱’ 뜰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경험했으며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지난 10개월간 발 빠르게 '윤석열 검찰 독재'에 저항해 온 자신이 바로 그런 리더십 소유자라고 자임했다.
박 후보는 “국민은 윤 정부 민생, 경제, 외교 등 국정 전반을 성토한다”며 “그럼에도 사정 기관을 통한 무도한 독재 행위에 민주당이 제대로 된 힘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차기 원내대표는) 윤 정권 검찰 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민주당을 ‘원 팀’으로 통합하는 한편, 정책적으로 실기하지 않고 강력한 민생 입법을 통과시켜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박홍근 원내대표 뒤를 이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기호순) 의원이 국회 제1당 원내 사령탑 자리를 두고 4파전을 벌인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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