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감산 돌입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도 가격 인하 중단을 선언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진바닥을 다지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들의 수요 회복세가 메모리 업황 회복 시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 '감산' 마이크론 '가격 인하 중단'
5월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5월부터 각 유통사에 반도체 가격 인하를 내달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마이크론 내부에서 터무니없는 가격 조정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적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감산을 발표하고 연말부터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물량 공급 조절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제조사들의 감산 효과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규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3·4분기부터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는 등 시장이 점차 정상화 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전자도 결국 감산행렬에 동참하면서 2·4분기부터는 의미 있는 수준의 공급량 조절과 재고 소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생산 조정은 충분한 물량을 보유한 레거시(전통) 제품 위주로 이뤄지며 1·4분기 라인 최적화 등을 추가해 의미 있는 규모의 감산을 진행 중"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인 만큼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기업들은 한파에도 차세대 제품 생산 확대 기조는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해 DDR4 등 구형 공정 제품의 감산은 지속하지만, 고부가제품인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DDR4 대비 DDR5 크로스오버를 올해 하반기에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리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감산효과 아직은...IT 수요 회복이 관건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감산 선언에도 D램 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은 4월 한달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즉각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9% 감소한 1.45달러로 집계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4분기에도 PC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2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으로 반도체 수요·공급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감산 본격화로 공급 측면에서의 물량 조절이 이뤄지고 있으나 수요 측면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 14.6% 감소한 2억6860만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업황 반등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효과 재개)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폰·PC 등 전방수요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했을 때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등 대내외 돌발요인들도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폰과 서버용이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의 80%가량을 차지하는데 서버 관련 고객사들의 수요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