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세사기 피해가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화성·구리·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피해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가구주택, 빌라 등 세입자의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다가구주택 깜깜이 계약'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특별법' 내놓고 전세사기 피해자에 경·공매시 우선 매수권을 주기로 했지만 변화된 부동산시장에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을 막을 추가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전세입자에 정보 비대칭성 높아
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추가 피해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가구, 빌라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집주인에 정보공개 등 의무를 추가부과해 '깜깜이 전세계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입자는 등기부등본을 떼어봐도 근저당 내역은 알 수 있지만 집주인이 대출금을 얼마나 갚았는지 알 수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등기부 등본을 떼어봐도 근저당 내역은 알 수 있지만 집주인이 대출금을 어느정도 갚았는지 알 수 없다"며 "집주인이 대출을 상환해도 감액등기를 하지 않으면 모른다. 다가구주택 등은 세입자 입장에서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강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또 전세계약 전 전입세대에 선순위 임차인이 누구인지 등을 확인하는 전입세대열람원을 열람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는 전세계약서가 있어야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열람원 발급받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다가구 주택은 한 집에 여러 명의 세입자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며 "나보다 먼저 주소를 이전한 거주자나 세입자가 몇 명인지 확인 해야 주택 경매시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입자에 독이 된 '임대차 3법'
이번에 전세사기가 크게 늘어난 것은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임대사업자 제도,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전 정부의 법개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 미추홀구 빌라왕 처럼 '무자본 갭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것이 주요인이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다주택자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며 양도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세제 혜택이 커지자 기존 정상적인 임대사업자 대신 집을 수십, 수백 채를 매입하는 '악성 집주인'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때 임차인 보호와 다주택자 규제정책이 오히려 '악성 임대인'을 늘리며 전세사기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또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셋값 폭등의 기폭제가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해 전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2년+2년)으로 늘리고 인상률은 2년에 5%로 상한선을 뒀다.
집주인들은 임대차법이 전셋값을 못 올리게 막자 신규 전세계약 때부터 금액을 대폭 올려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당시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셋집에 2년 더 눌러살면서 전세 품귀가 심화돼 가격은 더욱 상승하게 됐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인 2020년 8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전국 전셋값은 27.3%(부동산114 기준) 올랐다.
임대차법으로 전셋값이 치솟아 집값과 전세가 격차가 줄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 구매)가 기승을 부렸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범죄를 일으킨 빌라왕들은 2021년 전후 갭 투자로 수천가구의 빌라를 보유했다.
정부의 무분별한 전세 대출도 결과적으로 전세입자에 독이 됐다. 저리의 전세대출을 받은 개인들이 전세시장을 받치면서 빌라왕 등에 먹잇감이 됐다.
전세 대출은 보증금의 90%까지 받을 수 있고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지 않는다. 2020~2021년 저금리 때는 월세보다 대출 이자가 낮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세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오히려 피해가 커졌다.
'전세사기 특별법'에도 피해자 반발
전세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기재부 등 부처합동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해 2년간 피해자에 한시적으로 경·공매시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했다. 또 LH가 피해 임차주택을 매입한 뒤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게 공공임대주택도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기금 등 정부자금을 이용할 경우 거치기간 최대 3년으로 연장, 금리인하 등 개선된 상환조건을 제공한다. 민간 은행 등 주택담도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등 6가지 요건을 갖춘 피해자만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요건이 까다롭다며 반발하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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