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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특별법 논의와 함께 시민들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 전세사기까지 당한 사연은 안타깝지만 사기 피해자를 세금으로 구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가 사인 간 거래에서 나타난 범죄인데 다른 사기 범죄를 고려하면 전세사기만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반면 전세사기는 일반적인 사기와 달리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 정책에 좌우되는 만큼 전세사기 사태 발생에 사회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세사기의 배경인 깡통주택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는 '금리정책'에 의해 양산됐다. 깡통주택은 주택담보대출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의 실제 매매가에 가깝거나(대략 80% 이상) 더 높은 경우를 말한다.
"사기는 범죄지 세금 지원 대상 아냐"
2일 시민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사연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크게 느끼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범죄'와 '재난'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로구 박모씨(28)는 "전세사기 피해는 안타깝지만 국가가 지원해야할 대상과 아닌 것은 구별해야 한다"며 "전세사기는 (국가지원 대상이) 아니다. 사기는 범죄다. 국가 역할은 범죄자에 대한 심판인데 요즘은 심판(국가)에게 전부 달라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최모씨(41)도 "전세사기가 최근에만 있었던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전세사기는 존재했는데 국가에서 지원한 기억이 없다"며 "과거에는 아니고 지금은 맞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의 배경에는 사적 거래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에 정부가 지원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추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한 모습이었다.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자영업자 박모씨(60)는 "개인의 사적 계약에 대해 정부에서 세금으로 책임을 지기 시작하면 매년 일이 터질 때마다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물론 사람 목숨까지 잃은 것은 안타깝지만 처음부터 계약할 때 굉장히 신중했어야 한다. 사적계약은 결국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6)는 "사기 피해에 세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사례가 생기게 되면 다른 사기 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금을 또 요구할 것"이라며 "그렇게 세금이 쓰이면 다수에게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개인적 노력 여부를 보고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다. 전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등기부등본을 때거나 주변 시세 확인 등 노력을 했음에도 전세사기 조직범죄에 당한 경우에는 지원할 수 있지만 그런 노력 없이 깡통주택에 전세를 살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유모씨(39)는 "(깡통주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근저당이 먼저 설정된 주체에게 돈이 돌아가고 후순위자인 임차인이 온전히 변제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기에 '안전한 물건'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다만 전세의 경우 확정일자 설정이 계약을 체결한 날을 기준으로 하루 지난 후 이뤄지는데, 이 사이 집주인이 다른 금융기관에 대출받는 등 '장난'을 쳤다면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야 한다. 구제의 방식은 제도의 수정이지 세금 투입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국가가 사기꾼 놀이터 제공해“
전세사기 관련 세금 투입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취급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등포구 30대 김모씨는 "앞으로도 전세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지원할지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금 지원 불가피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전세)사기꾼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한 모양새"라고 봤다.
최근 깡통주택이 양산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 영향이 크다.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자금력이 약해 많은 대출을 쓰던 임대인이 보유 물량을 대거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매가가 전세가에도 못 미치는 깡통주택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경기 성남에 사는 구모씨(32)는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 깡통전세이 양산되는 것은 사회구조에 기인한다"며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더구나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 전세가격을 끌어올려 발생한 사태가 전세사기인 만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임대차 3법'이 모두 시행된 지난 2021년 전세가가 최고점을 찍었고 당시 이뤄진 전세계약이 끝나는 지난해 말과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진 측면이 있다.
직장인 송모씨(35)는 "국회에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가 크게 오르면서 갭투자 하려는 투기꾼들이 몰려 피해 커졌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법·제도적 허점이 국민 피해 만들어 낸 것"이라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등 예상치 못한 국민 피해가 큰 상황인 만큼, 이번 한번만이라도 예외를 둬서 일정부분 세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노유정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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