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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직역 이기주의 위한 의료 파업 국민 지지 못 얻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2 18:01

수정 2023.05.02 18:01

박명하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철폐를 위한 보건의료연대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화상
박명하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철폐를 위한 보건의료연대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화상
간호법 제정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하는 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등 13개 보건의료 직능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집단연가를 내는 방법으로 3일과 11일 2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압박하기 위한 총파업 돌입도 불사할 방침이다.

간호법 제정 반대를 주도하는 의사협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의사면허취소법을 저지하는 데 사실상 목적이 있다. 다른 의료직역 단체들은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반대, 2014년 비대면진료 도입 반대, 2020년 의사 증원 추진 반대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였다. 의협 내부조사에서 83% 이상이 파업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파업의 주축을 이룰 전공의협의회가 투쟁 로드맵에 참여할지 여부가 파업 성공의 관건이다. 부분파업은 오전 또는 오후 반나절만 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의료현장에서 큰 공백이나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계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 발생할 의료공백은 한의사들이 메우겠다"고 선언해 주목된다. 한의협은 간호법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도 표명했다. 의료계의 분란이 의사·간호조무사 대 한의사·간호사의 직역 간 세 대결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의료인의 사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는 대원칙을 한순간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는 한의협의 주장에 동의한다. 의료인의 본분을 망각한 채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직역 이기주의의 행패를 좌시하기 어렵다.
의료계 일부가 국민의 고통과 불편을 외면한 채 파업에 들어간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총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건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못하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직능단체의 주도권 다툼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최악 중의 최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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