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개봉
[파이낸셜뉴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개종하거나 정치적 신념을 바꿀 순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 정도는 가능한 게 우리 영화를 포함한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휴먼 다큐 ‘문재인입니다’(감독 이창재) 개봉을 앞두고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관객 반응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창재 감독은 예상치 못한 논란에 당혹스러워하며 “어떤 편견과 강박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일 ‘문재입니다’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2017년 전작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개봉 당시 아버지를 시사회에 초대했으나 오시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향이 같았는데도 평소 아주 싫어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 몰래 혼자 아들의 영화를 보시고 저녁 늦게 전화와 ‘노무현, 그렇게 나쁜 인간 아니대? 사람은 좋은데’라고 말씀하셨던 게 오래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제작한 다이스필름의 김성우 대표도 지난해 12월 세상을 뜬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군인 출신의 항공기 정비사로 평생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셨다”며 “그런데 생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너무 싫어해 증오에 가까운 저주를 퍼부었다. 그래서 아들이 ‘문재인입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말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업계가) 어려운 시기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 자식이 하는 영화사에서 영화를 만들었으니 살아계셨다면 이 작품을 봤을 텐데, 보시고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저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계라든지 (어떤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면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달리 보게 됐다. 관객들 역시 감독의 렌즈를 통해 (인간 문재인을) 잘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문재인입니다'는 ‘길 위에서’(2013) ‘목숨’(2014) ‘노무현입니다’(2017)등을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해 5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그야말로 반바지에 농사짓는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평범한 일상과 함께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와 변호사 시절 동료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문재인’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수많은 이들이 던진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평생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으로 곁을 지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정치가 싫어 고향에 칩거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려 했을까?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재인은 ‘성공한 대통령’인가, ‘실패한 대통령’인가.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오는 시위대와 지지자들. 왜 누군가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되고, 왜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저주하는가.
이 감독은 ‘문재인’이라는 한 사람을 둘러싼 무수한 질문과 논란은 결코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재인입니다’를 완성했다고 전한다.
이 감독은 “임기 중의 정책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적시하기보다 인물에 중심을 두고자 한다. 많은 ‘What’과 ‘How’에 비해 ‘Why’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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