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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두달만에 500억 차익?' 유동성 위기에 준공 조건으로 1년 8개월 만에 매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4 15:26

수정 2023.05.04 15:26

500억에 매입 후 1년 8개월 뒤에 공사비 이자비용 반영해 969억에 최종 양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 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 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아난티·삼성생명, 신천동 부동산 거래 관련 타임라인
2009년 4월 3일 아난티, 고 설원식 대한방직 전 회장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부동산매매계약체결
각 건설사에 신천동 업무시설 신축사업 도급공사 입찰안내서 배포
6월 22일 아난티·삼성생명, 부동산매매계약체결
6월 24일 아난티와 신세계건설, 공사도급계약 체결
6월 29일 아난티, 신천동 부지 잔금 지급
아난티·코람코자산·신세계건설, 관리형토지신탁계약 체결
2010년 12월 20일 아난티·코람코자산·신세계건설, 중도인수합의서 체결
아난티·삼성생명, 부동산매매계약 체결


[파이낸셜뉴스]삼성생명이 2009년 아난티로부터 수백억원 비싸게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3일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가운데 검찰 측이 부실 검증의 책임을 어디까지 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관련 업계에서는 전영묵 대표가 당시 해당 부동산의 매입·매각 금액 평가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데다 아난티 역시 당시 금강산 사업 중단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려 삼성생명 측에 중도 매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생명, 아난티 대표 매각 가격 적정성 놓고 소환 조사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전날 오전 전영묵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가운데 검찰 측은 아난티와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던 2009년 당시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대표에 투심위가 해당 사업을 심의하는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난티는 지난 2009년 4월 3일 고(故)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으로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토지 1852㎡와 건물 2639㎡를 5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이어 잔금을 치르기도 전인 같은 해 6월 22일 삼성생명과 다시 '준공조건부 판매 계약'을 맺으며 약 2배에 가까운 969억원에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수상한 거래 흔적이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신고가 접수되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는 삼성생명 전 임직원들이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 측은 2달만에 5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댓가로 회삿돈을 횡령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이홍규 전 아난티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달 6일엔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전 대표 등 위원 9명이 부실하게 검증을 한 탓에 이상 거래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 대표가 당시 투자사업부장 직책으로 참여한 1차 투자심의위원회 회의는 신천 신사옥 완공시 예상 건물 가치 및 적정 매수 가격을 평가하는 자리였다는게 삼성생명 측 설명이다. 아난티가 해당 부동산을 삼성생명에 969억원에 되파는 일과 관련해 열린 2차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전 대표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00억 차익? 1년 8개월만 매각 공사비 이자비용 반영
아난티가 삼성생명 측에 부동산을 되팔아 2달만에 500억원 차익을 냈다는 것은 전후 사정이 생략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난티가 삼성생명으로부터 잔금을 받은 시점이 두 달 뒤가 아닌 1년 8개월 뒤라는 점 △매각 차익 역시 공사비와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500억원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난티는 지난 2009년 4월 3일 고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으로부터 신천동 토지 및 건물을 5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해당 부동산을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다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6월 24일에는 신세계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6월 29일 설 회장 측에 잔금을 치렀다. 매입과 시공사 선정이 진행되던 6월 22일 삼성생명에 준공을 조건으로 1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아난티에 잔금을 치른건 다음해인 2010년 12월 20일이다. 기존에 알려진 '두 달' 만이 아닌 '1년 8개월' 만에 해당 거래가 마무리된 것이다.

또한 500억원 차익 역시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을 제하면 훨씬 적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난티가 신천동 토지를 매입한 뒤 시공사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다가 1년 반 뒤에 유동성 문제 때문에 중도 매각한 것"이라며 "차익 역시 공사비와 이자비용 등을 빼면 500억원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아난티 역시 금강산 사업이 위기에 처한 탓에 유동성 위기에 놓여 시세 차익 보다는 매각 시기에 더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난티는 지난 2008년 5월 약 925억원을 투입해 금강산 관광특구 내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를 조성했다.
그러다 개장 2개월만인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자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북한은 금강산 아난티 자산에 대해 동결조치를 취했다.
아난티가 당초 매각가격인 1000억원보다 낮은 969억원에 중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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