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고 고객 공간을 더 늘렸더니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우리는 예전부터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다."
3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 인천 연수점을 찾아 '미래형 마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재확인했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대형마트를 단순히 쇼핑하는 장소가 아닌 '놀러 왔다가 장도 보고 가는 곳'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반년 간의 리뉴얼을 통해 지난 3월30일 문을 연 이마트 인천 연수점은 복합쇼핑몰 부럽지 않은 지역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리뉴얼 후 전체 매출은 전과 비교해 18%, 고객수는 23% 증가했다. 온라인 시대에 '매출'보다 더 큰 '고객수' 증가를 이룬 것이다.
이날 연수점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이마트 이세우 수산팀장은 "온라인은 물론 슈퍼, 편의점 등 어디서도 참치해체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120kg 국내산 참다랑어 해체쇼를 고객이 많은 주말에 종종 진행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거구의 성인 몸통 만한 참치가 해체되는 모습은 흡사 일본 도쿄의 츠키지 수산시장을 떠올리게 했다.
참치 해체쇼, SSG랜더스 선수들의 사인 유니폼과 락커룸, 직접 수경 재배한 야채를 살 수 있는 스마트팜, 바운스 키즈카페 등 '살거리' 외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했다. 마트가 아닌 복합문화공간 그 자체였다.
입구를 통해 1층에 들어서자 각종 맛집을 모아 놓은 '연수 미식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천 지역 맛집을 직접 찾아가 그중 10곳을 최초로 입점시켰다"고 한다. 탐광(가츠동), 뜸(솥밥), 밀탑(빙수) 등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 맛집도 있었다.
이마트는 구조적 혁신을 통해 종전 이마트 70%, 테넌트(입점매장) 30% 비중의 매장에서 이마트 30%, 테넌트 70%로 변경했다. 다양한 입점 업체를 유치해 마트 밖을 나가지 않고도 고객의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핵심인 그러서리 매장 규모는 확대하고 그곳에 스마트팜, 대형 정육 쇼케이스, 치킨 로봇 등을 설치했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총 1200종의 와인을 보유했고 리뉴얼 이후 와인은 50%, 위스키는 120% 매출이 늘었다"며 "6월부터 생맥주를 직접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기계와 2L(종전 5L) 소형 캐그 4종을 출시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수점은 초대형 사이즈로 유명한 기존의 피자와 더불어 180도 고온에서 구워낸 화덕피자 메뉴도 추가했다. 수산물 코너에서는 주말에 비정규적으로 참치 해체쇼도 진행한다. 정육 코너는 기존 4~7 등급의 마블링을 뛰어넘는 8등급 와규부터 최고급 한우, 모든 부위의 돼지고기를 갖췄다. 치킨의 경우 연수점에 최초로 자동화 로봇을 도입해 기존에는 하루 80마리까지 판매 가능했으나 향후 120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1~2인 가구 증가로 대형마트 식품도 소형화, 고급화 추세를 보였다. 초밥의 경우 생선량을 2배로 늘리고, 냉동이 아닌 활어회를 사용한 '스시블랙'의 매출이 40% 늘었다. 밀키트의 경우도 그릇째 바로 조리가 가능한 '직화구이' 상품은 물론 소분해 판매하는 채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모토로 스마트 팜을 구현해 마치 온실 농장에서 직접 상추를 뜯어 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조성된 '랜더스 광장'도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에게 기증 받은 유니폼은 물론 야구 락커룸을 재현해 야구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SSG랜더스의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수도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연수점 리뉴얼 후 지난 한 달 동안 매출은 18%, 고객수는 23% 늘었다. 실제로 1층 카페에서는 노부부가, 키즈카페에서는 엄마와 함께 온 아이가, 식품 코너에서는 부부 고객 등 다양한 구성의 가족 쇼핑객을 볼 수 있었다.
이마트는 올해 연수점을 시작으로 7월에는 킨텍스점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이날 연수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통한 공간 혁신이 오프라인의 미래”라며 "지난 6개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통해 연수점을 ‘미래형 대형마트’로 성공적으로 리뉴얼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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