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등도 덩달아 좌불 안석
[파이낸셜뉴스] KDB산업은행이 3일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된 가운데 다른 금융공기관들도 서울 잔류 명분이 위태로워졌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금융공기관 유치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일방적인 산업은행 이전기관 지정에 반발하며 4일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가운데 지방 이전 후보로 언급되는 금융 공기업들 역시 함께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산은 이전 공공기관 고시에 노조 "일방적 결정" 반발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국토부는 "이번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산업은행은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한다"며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해 유기적 연계·협업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됐고, 이어 같은 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 2005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에 따른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은 이달까지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이후 국회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방 이전을 위한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이 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다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국토부 승인을 받으면 산은 이전에 관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다. 다만 행정절차와 별개로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이 남아 있다. 현행법은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일방적인 이전 고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위법 행정을 당장 멈추고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논의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는 다음날인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전 공공기관 지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금융공기관들 '우리도 내려가나' 긴장감 고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첫 발을 떼자 금융공기관들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산업은행과 함께 공공기관 이전을 면제받았던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뿐 아니라 한국투자공사도 지방 이전 검토 대상으로 언급되면서 '좌불안석'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산은 지방 이전을 바라보는 금융 공기관들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산은 이전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확실시 되면 다른 공기업도 서울에 있을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금융공기관 유치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금융공기업 지방이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금융감독원 유치까지 희망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균형발전 및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토론회’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7개 정책 금융기관이 이전해야 부산 금융중심지가 육성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금융기관·법무법인·회계법인 등 다수 민간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와도 상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 이전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재 이탈도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산은 퇴직자는 지난 2020년 37명에서, 2021년 46명, 2022년 97명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올들어서는 31명이 산은을 떠났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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