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1군 콜업 후 최근 6경기 무실점 무사사구
“절대 안내려오겠습니다” 각오 후 환골탈태
“절대 안내려오겠습니다” 각오 후 환골탈태
[파이낸셜뉴스] 두산 이병헌(20)은 퓨처스에 있더라도 사실 퓨처스 자원이라고 볼 수 없다.
가뜩이나 부족한 왼손자원인데다 계약금을 2억원이나 쥐어준 1차지명 자원이다. MCL 수술을 시키는 것까지 각오하고 뽑았다. 키워도 1군에서 키워야할 자원이다. 즉 퓨처스에서 이병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멘탈 케어가 전부다. 기술적인 조언은 현 시점에서 무의미하다.
이병헌은 내심 4월 5일 2군에 내려온 이후 4월 15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일이 열흘째 되는 날이기는 한데...”라며 내심 이승엽 감독을 부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승엽 감독은 이병헌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병헌을 그냥 보낼 악바리 이정훈 퓨처스 감독이 아니었다.
이 감독이 이병헌을 불러다 앉혔다. 그리고 으름장을 놓았다. “너 이번에 올라가서 또 내려오면 그때는 각오해.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줄 알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병헌은 “예. 절대 안 내려오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대답하고 짐을 쌌다.
이병헌은 1군 콜업 직전에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생각이 많았다. 생각이 많아지니까 더 제구가 안되는 것 같더라. 솔직히 내가 제구 안 좋은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하지만 나는 왼손에 150km를 뿌릴 수 있는 강한 공이 있다. 한타자든 두타자든 제대로 붙어보고 내려오겠다. 지금은 그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원하는 것도 그것이다.
긴 이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짧은 이닝이라도 확실하게 막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구력이 붙으면 선발이든 마무리든 가면 되는 것이다. 이병헌은 1군에 올라간 이후 최근 7경기에서 단 1점만 내주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는 무실점이다. 2개의 홀드는 덤이었다.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2.84까지 끌어내렸다. 5선발에서 불펜으로 내려온 최승용이 롱릴리프라면 이병헌은 매일 경기에 대기하는 숏릴리프다.
이정훈 감독은 “이런 맛에 퓨처스 감독하지”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악바리의 격려 속에, 이승엽 감독의 배려속에 이병헌은 지금도 계속 성장중이다. MCL 수술을 마친 후 이제 겨우 1년 지났다.
서울권에서 2학년때부터 ‘두병헌’으로 불렸던 재능이다. 왼손 셋업맨으로 끝날 자원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단계라는 것이 있다. 이병헌의 청춘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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