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정부가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단체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 간부가 검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민노총이 총결집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정부의 노조 탄압과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참사가 발생했다며 고강도의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노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노동절인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강원건설지부 간부인 양모씨(50)가 강원 강릉시 난곡동 춘천지법 강릉지원 내 화단에서 분신했다.
양씨는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자신의 몸에 화학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붙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지난 2일 오후 1시 9분 숨을 거뒀다.
양씨는 이날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양씨는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비 지급을 강요한 혐의(공동 공갈)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검찰이 자신에게 '공동 공갈'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분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양씨의 심정은 분신 직전 남긴 유서에 드러나 있다.
양씨는 유서에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적용한 혐의가)집시법 위반도 아닌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더라"며 "자존심이 허락 되지 않는다"고 썼다.
양씨 분신 당일 민노총 건설노조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연 항의집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숨진 양씨와 호형호제하던 사이라고 밝힌 한 노조원은 "ㅇㅇ이가 공동공갈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해 '너무 억울하고 창피하다'고 하소연했다"며 "조합원을 배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강요고 공갈인 것이냐"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채용 강요'로 본 부분을 노조는 '합법적인 교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은 정부의 '건폭몰이'가 이 같은 참사를 발생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 강원지역 노동·시민단체는 강원 강릉시 난곡동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들 단체는 "현 정권은 건설노조 조합원의 활동을 건폭에 빗대며 탄압했다"며 "마치 사냥감 대하듯 마구잡이 수사와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진행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건폭몰이 희생자"라며 "노조탄압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고강도의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건설노동자 죽음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음이 명백하다"며 "이 시간 이후로 정권 퇴진을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신 사건과 관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상습체불 근절대책 브리핑에서 "어제 건설노조에서 조합원 한 분의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해당 사건으로 인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 노정 갈등이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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