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달러 위상 흔들' 달러 수요 변화에 원화 국제화 가능할까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5 07:00

수정 2023.05.05 07:00

4일 기재위 진선미·정무위 강병원 의원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국회세미나
"원화, 중재자 역할해야"
4일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국회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당 세미나는 '달러패권 변화'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첫 세미나다. 사진=강병원 의원실 제공
4일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국회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당 세미나는 '달러패권 변화'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첫 세미나다. 사진=강병원 의원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달러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금 당장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가 나타날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은 존재한다. 달러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맞춰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과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국회세미나 개회사에서 강병원 의원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주요 쟁점은 '달러가 앞으로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이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루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등 탈달러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으나 '달러 헤게모니'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원화가 비전통적 준비통화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다자 중재나 협의 모색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달러 추세, 강화될 여건 갖춰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지원 코트라(KOTRA) 전문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에너지 제재 등이 계속되고 양 진영의 대립이 심화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서구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탈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탈달러 추세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3월 브라질과 중국이 양국 교역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박 위원은 탈달러의 범위가 당분간 신흥국 중심으로 제한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러시아 루블화, 중국 위안화 또는 제3의 통화 등이 달러 대체 통화로 언급되고 있으나 이들 국가의 낮은 금융시장 개방도 및 경제 건전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석연구위원 역시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보다 균형 있고 공평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세계의 지배적 통화의 조달자로서 미국의 분명한 후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대립이 완화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에 따라 통화 바스켓을 구성한 후 IMF가 이를 규제하거나 이를 위한 새로운 국제통화기구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그는 기대했다.

다극화된 국제통화체제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탈달러화 흐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위안화, 루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며 탈달러화 기세를 몰아가고 있는 점도 달러화 위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화폐 플랫폼 경쟁을 주목해야 한다고 성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화폐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고 제재를 회피하며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깨는 데 유효한 방법이라 판단돼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원화의 국제적 지위가 개선된 상황 가운데 외환시장 선진화 노력이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제통화체제의 다극화, 분절화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부담도 상당하다고 봤다. 달러 위주의 자금유입 확대에 초점을 맞춰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확대한것이 되레 대외건전성을 훼손할 소지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장 위원은 "(원화가) 비전통적 준비통화로서 위상 등을 활용해 국제통화체제 재편이나 부작용 규제 등과 관련된 다자 중재·협의 모색에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국은 원화 국제화 이슈 관련, 비용과 편익을 곰곰이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범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은 "원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국제화 통화로 보기 어렵다"며 "원화 국제화가 되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것으로 금융상품도 많이 나오고 금융시장이 발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투기적 목적의 환 변동이 커질 수가 있고 통화정책 자체도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양현 한국은행 국제총괄팀장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원화의 국제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주요 통화보다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원화 국제화를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양적 및 질적인 경제 성장 및 시장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팀장은 "우리가 원화의 국제적 수용성을 위해 제도 개선 등을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국제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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