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는 제로금리 저축상품
사실 전세는 2년 동안 이자 한 푼 붙지 않는 그냥 '제로금리 저축상품'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더 이상 전세가 주거 사다리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공분양 50만 가구·반값 아파트 청약 열기는 아주 뜨거웠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내집마련이 빨라지고, 전세사기 걱정이나 중도금·잔금 대출 걱정이 필요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공공분양 50만 가구는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으로 구분됩니다. 미혼청년,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일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초기 계약 비용을 최소화하고, 잔금은 최장 40년까지 저리 고정 금리로 나눠 갚는 전형적인 선진형 모기지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그러면 공공택지에서는 이런 분양이 안될까요.
공공택지는 주택사업자에게 추첨을 통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공급이 되면 대부분의 주택사업자들은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 잔금은 대출로 공급을 합니다.
내집마련을 원하는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은 잔금을 납부하기 위해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분양권을 급매가격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한 내집마련은 고금리 시대에서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공공택지를 매각할 때 공공분양 50만 가구와 같은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는 조건을 붙이면 어떨까요.
주택사업자들은 SPC를 구성해 금융기관과 함께 참여를 할 것입니다. 리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초기비용 부담이 없으니까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이 조금 더 쉽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미분양도 안 나올 것이고, 선진국처럼 30년 이상 모기지를 통해 누구나 부담없이 내집마련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공공택지에서 이런 방식으로 분양이 시작되면 민간택지에서도 선진형 공급체계를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더 빨리 내집마련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OECD 꼴지 수준의 출산율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특히 공급 조건에서 분양 단지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2년 이상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 공급하면 교통문제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 한국만 지금 전세사기 문제로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봐야할 때입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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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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