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경기침체 등 고려
금리 마냥 올릴 수만은 없어
금리 마냥 올릴 수만은 없어
이에 따라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 금리차가 클수록 달러 유출과 환율상승에 대한 걱정도 덩달아 커진다. 다만 최근까지 대규모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과도한 우려는 정책의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연준이 '조건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들 외에 금통위가 고려할 것은 가계부채 문제다. 한은이 최근 국내외 전문가 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867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뇌관'이 앞으로 1~3년 안에 현실적인 위험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채무조정 신청자가 4만6067명으로 작년보다 43.9%나 증가했다. 이미 가계부채는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취약차주들은 빚을 갚기가 더 힘들어진다. 달러 유출이라는 걱정과 취약차주 문제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택 관련 대출이므로 금리인상은 주택 경기를 악화시키면서 많은 부채를 짊어진 가계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한은은 이런 여러 변수와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경기침체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올해 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앞으로도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금리인상은 경기에 설상가상의 악재가 될 것이다.
이렇듯 금리인상은 늘 딜레마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금통위원들이 고심과 숙의 끝에 결론을 내리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큰 변수를 고려 1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 자본유출과 가계부채, 경기침체 중에서 걱정이 가장 큰 것은 무엇인지 등 제반 경제상황을 숙고한 뒤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당국은 달러의 흐름과 환율의 변동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면서 이상현상이 감지되면 바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철저히 점검하고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금융불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 건너 불 보듯 할 게 아니라 유사시 작동시킬 컨틴전시플랜을 점검해 놓아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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