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숨진 아내와 불륜남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법적 아빠로 양육 책임을 질뻔한 아빠가 법원의 판결로 부양 책임을 벗어나게 됐다. 법원은 사망한 아내와 불륜남 사이에 태어난 아빠와 아이의 법적 책임 관계를 부인하는(친생 부인의 소) 판결을 내렸다.
5일 충북 청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청주지법은 숨진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법률상 아버지 A씨(40대)의 친생 부인의 소를 받아들였다.
청주지법 재판부는 "혼인 기간에 태어났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아버지가 아님이 명백해 친생자 부인을 인정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한 산모가 아이를 낳고 숨졌다. 이후 남편 A씨는 아이의 유전적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불륜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하지만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A씨는 불륜남의 아이를 책임질 상황이었다. 산부인과 병원 측은 A씨를 상대로 “아이 아버지가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아동유기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씨는 청주지법에 지난 3월 친생 부인의 소를 재기했고 이번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A씨와 아이의 친생관계가 끊어지면서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시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예정이다. 이후 법적 지원 근거가 생긴 아이를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 자라기 더 좋은 환경으로 옮길 계획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3월 친생자 추정의 배제를 인정하는 ‘민법’ ‘가족관계 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 결과 남편이 아닌 자가 자녀의 생부임이 명백할 때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 추정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A씨의 사례의 경우 기존 법률 상에서는 생부(불륜남)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고자 하더라도 신고가 수리되지 않으며, 생부는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친생자 추정을 번복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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