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가격이 에너지 위기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힘입어 경제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가스 기준물인 TTF 가격이 5일 메가와트시(MWH)에 35.20유로까지 낮아지며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스 기준물은 이후 소폭 올라 35.95유로에 마감했다.
2021년 7월은 러시아가 이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에 앞서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옥죄기 시작하던 때다.
TTF 기준물은 지난해 여름 MWH에 340유로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 수출을 급격히 줄이자 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가격이 약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은 가스 공급이 급격히 줄자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했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도 확대했다. 겨울이 춥지 않았던 점도 보탬이 됐다.
가스 가격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가 역시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것이 지금은 75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수준으로 유가가 떨어졌다.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 마틴 라츠는 가스 가격 하락 속에 유럽이 올 겨울을 대비한 가스비축에 나설 적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유럽 가스공급을 완전히 틀어막아도 가스비축시설 100%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라츠는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대폭 줄였지만 유럽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으로 부족분을 메꿨다면서 덕분에 가스 저장시설이 여유가 별로 없을 정도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라츠는 지난해 겨울이 끝날 때 약 35%에 그쳤던 유럽 가스저장 시설의 가스저장 규모가 지금은 약 60%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재고가 넘쳐나는 것을 막기 위해 LNG 수입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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