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정제마진 2달러대로 급락
석유 제품 수요 둔화 등 영향
원유가격 하락도 수익 악화시켜
SK이노, 1분기 영업익 82%↓
업계 "2분기 실적이 더 걱정"
석유 제품 수요 둔화 등 영향
원유가격 하락도 수익 악화시켜
SK이노, 1분기 영업익 82%↓
업계 "2분기 실적이 더 걱정"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월 마지막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4달러를 기록했다. 석유 정제마진이 2주 연속 2달러 대를 횡보 한건 지난해 10월 1~2주 이후 처음이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요인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시장 내 위험 회피 성향 강화, 석유 제품 수요 둔화, 미국 1·4분기 경제성장률 부진 등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의 우회 유입이 정제마진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에 석유 판매를 중지했는데, 수요처를 잃은 원유들이 중국과 인도 등으로 우회 유입됐고 해당 원유로 만든 석유제품이 낮은 가격에 팔리면서 정제마진을 끌어 내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시장은 크게 역내(중국 중심)와 역외(미국 중심) 시장이 있는데 국내 정유사들이 영향을 받는 곳은 주로 역내 시장"이라며 "러시아 원유로 만든 제품은 대부분 역외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일부가 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마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유 가격 자체가 낮아진 것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생산 사이에는 시차가 있는데 원유 가격 하락으로 제품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70달러 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유는 4월 중순 80달러 대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5일 73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실적 잔치를 벌였던 국내 정유사들은 비상이다.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정제마진 4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주 연속 복합 정제마진이 2~3달러 대에 머물면서 2·4분기 추가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미 올해 1·4분기 전년 동기보다 크게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상황이라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올해 1·4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2748억원, 2906억원, 19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1.8%, 75.8%, 70.9% 감소했다. 이들 3사의 1·4분기 영업이익 감소분 합계만 2조6000억여원에 이른다. 아직 GS칼텍스는 1·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정유사들의 올해 2·4분기 실적은 1·4분기보다도 안 좋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대부분이 정유사업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4·4분기 수준까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4·4분기 이후 정유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횡재세 이슈도 잠잠해졌다"며 "변수가 많은 정유산업의 특성을 정치권이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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