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日총리 12년 만에 방한
셔틀 외교 지속, 관계 개선해야
셔틀 외교 지속, 관계 개선해야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으로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자체가 큰 소득이라고 본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맞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묶여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국익에 반한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라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해법을 들고 일본을 방문한 것도 양국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북한의 도발이 점점 더 거세지는 상황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에 맞서 한국, 미국, 일본의 안보 연대는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국빈방문,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며 미국과 강화된 확장억제에 합의했다. 이제 일본도 북한의 위협에 한국, 미국과 공동 대응하기로 하면서 한·미·일 삼각공조는 더욱 튼튼해졌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 이후 얼어붙었던 경제협력 관계도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계기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회복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나라의 협력과 공동보조를 위한 절차들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했다. 양국 간의 매우 민감한 문제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두 정상이 한국 전문가 파견에 합의한 것은 우리 국민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한 것이라고 본다.
일본 측이 강제징용을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줬다고 본다. 또한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도 작지 않은 성과다. 전반적으로 볼 때 기시다 총리의 방한 보따리는 가볍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두 나라가 미래를 내다보고 협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만이 아니라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경고해야 한다.
이제 한일 양국은 상호 협력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디뎠다고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양국 정상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며 신뢰를 쌓고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협력과 신뢰로 돈독한 관계가 구축되면 일본은 언젠가 우리 국민 앞에 진정한 사과로 화답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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