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집 할머니 혼자 살아요” 말에..불 난 건물서 할머니 업고 13층 걸어내려온 경찰관

지난달 부산 15층 주상복합서 새벽에 불
한 경찰관의 미담 뒤늦게 알려지며 '감동'

화재가 발생한 건물 13층에서 할머니를 업고 나오는 김동희 형사.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한밤 중 화재가 발생한 건물 13층에서 홀로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내려와 구조한 경찰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오전 4시 39분께 부산 북구에 위치한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꼭대기 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건물 12~14층에는 총 60여가구가 거주하고 나머지 층은 상가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사실 알리려 건물 내부 진입한 경찰, 할머니 구조

화재 발생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북부경찰서 김동희(37) 형사는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해 문을 일일이 두드렸다.

김 형사가 13층 복도에서 한창 주민들을 대피시키던 과정에서 한 주민이 한 집을 가리키며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다고 알려줬다.

김 형사가 실제로 해당 집에 가보니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A(87)씨가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막 나오려던 참이었다.

김 형사는 이를 본 순간 할머니를 업어서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화재로 건물 승강기가 모두 멈춰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형사는 바로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통해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왔고, 다행히 할머니와 김 형사는 무사히 함께 구조됐다.

고마웠던 할머니, 요양보호사 통해 경찰청 게시판에 감사인사

사고 이후 컴퓨터 사용이 어려웠던 할머니는 요양보호사에게 대신 적어달라고 부탁해 부산경찰청 온라인 게시판에 감사 인사를 남겼다.

해당 할머니의 손자 B씨도 부산경찰청 온라인 게시판에 감사글을 남겼다.

B씨는 “상황이 종료된 후 이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알게 되었고 너무나 놀람과 동시에 감사했다”며 “이런 경찰관님이 계셔서 너무나 든든하고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할머니와 경찰관님 이야기를 하며 감사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김 형사 등의 활약에 힘입어 당시 15층 식당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40여분 만에 무사히 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