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재판장 이원중)는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B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입사 4개월차 여직원에 "둘이 잘 맞겠네"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부서장인 B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을 먹었다. A씨는 당시 입사 4개월 차 신입사원이었고, B씨는 근속연수 25년인 간부로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다.
식사 중 B씨는 A씨가 거주하는 지역을 듣자, 당시에 자리에 없었던 20세 연상 C씨를 언급하며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는 말을 했다. 이어 "치킨을 좋아하느냐"라는 B씨의 질문에 A씨가 "그렇다"라고 답하자, "C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거듭 말했다.
A씨는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거 같다"라고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며 다시 사귀라는 취지의 말로 분위기를 조성했다.
성희롱 공론화 되자.. 부담감에 정신과 치료
이후 이 사건은 회사에서 공론화됐다.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B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다수의 게시물과 댓글이 올라오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부담감을 느낀 A씨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B씨의 발언은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상사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거부 의사를 완곡히 표현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고 돈이 많은 남성은 나이·성격·환경·외모 등에 관계없이 훨씬 젊은 여성과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B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대한 농담일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