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달 초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 AWD’가 IRA 관련 보조금을 받는 차에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 차종은 기존 32종에서 33종으로 늘어났다. 보조금 규모는 3750달러(약 500만원)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것은 해당 차종이 높은 확률로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해당 모델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이전에 나온 동일 버전보다 9% 이상 줄어들었으며 보조금 규모도 절반에 그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전까지 CATL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차는 ‘테슬라 모델 3 스탠다드 레인지 RWD’ 하나뿐이었다. 업계는 보조금이 직접 배터리사에 지급되지는 않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 인하에 따른 수요 증가로 CATL이 간접 수혜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CATL 배터리 차종이 보조금 조건을 충족한 배경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 북미 지역 내 생산 및 조립 △핵심광물의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전기차 구매 시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이 IRA 보조금 지급 차종에 포함돼 놀라긴 했다”면서도 “중국이 지금 당장 우려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현재 기준에서 볼 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업계는 테슬라가 핵심 광물을 직접 구매해 CATL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IRA를 우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당장은 크게 영향이 없다”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IRA를 시행한 이유가 사실상 중국 견제 목적인데 CATL에 간접 수혜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국내 배터리사들에 큰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가 우회로를 통해 수혜를 받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최근 미국 업체들과 협력하는 등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CATL은 미국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인 테슬라, 포드와 개발·생산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 등으로 손을 잡기도 했다.
남인호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는 “CATL이 간접 수혜를 받는 것 자체가 국내 배터리사들에 안 좋은 시그널은 맞다”며 “다만 중국 배터리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간접 수혜의) 완전 배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1·4분기 비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4.7%p 늘어난 24.4%다. 같은 기간 점유율 28%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에 밀려 2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9.6%에서 올해 3.6%로 6%p 줄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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