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국내 전기차 생산 대전환에 착수한 것은 글로벌 완성차들과 체급 싸움을 벌이려면, 조기에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 동시에 국내에서 투자와 고용을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GM, 르노 코리아, KG모빌리티 등의 전기차 생산기지 전환 검토에도 적지않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韓전기차 생산 허브 구축 본격화
현대차·기아는 지금까지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공장의 생산라인을 개조하거나 내연기관차와 함께 생산하는 혼류 방식 등으로 전기차를 만들어왔다.
이번 울산 전기차 전용 신공장 발표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과 더불어, 전기차 대전환기 국내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 고용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간 '30%대 3%의 싸움'이라는 지적이 일었던 한·미간 전기차 공장 세액공제 격차도 크게 좁혀진 상태다. 미국은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시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3%정도의 세액공제 밖에 없어, 국내 투자가 해외로 유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둔 이날,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른 세액공제와 임시투자세액공제(10%)를 더해 총 25%의 세액공제를 약속했다. 2030년까지 국내 전동화 전환에 24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현대차그룹의 투자도 날개를 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시설 구축 전환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첨단투자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울산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 절차도 착수됐다. 첨단투자지구로 지정되면 입주기업이 필요로 하는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추가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국제경쟁력연구원 이사장)는 "가능하면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면 (IRA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등의 부작용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르노 저울질 관측..."수도권 공장, 지원 제외 개선해야"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한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곳은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옛 쌍용차)뿐이다. 르노코리아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위탁생산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안 가동에 국내 완성차들의 전기차 전환 검토도 탄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나 글로벌 GM본사는 전기차 생산 배정, 전기차 설비 구축에 신중한 입장이나, 한국 정부의 지원안 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일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방한한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한국에 전기차 공장 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이 전기차 일감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고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기차 생산시설에도 조특법에 따라 최대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키로 했지만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있는 기아 광명공장, 한국GM 부평공장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추가적인 협상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아 광명공장의 경우에도 EV9에 이어 내년 신형 전기차 EV3와 EV4 생산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는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고루 분포된 기존 자동차 공장의 전기차 생산 대전환을 위해 정부에 수도권 지원 현실화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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