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이번 주 내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어 시찰단 규모와 시찰 범위, 기간, 세부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시찰단은 관련 부처 관계자와 산하기관 전문가로 구성된다. 방일 기간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 관계자를 면담하고, 오염수를 해양방류하는 시설인 해저터널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될 모양이다. 양측은 대만 조사단 사례를 참고키로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 아닌 대만은 IAEA 다국적 조사단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3월 23∼27일 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된 독자적 조사단을 파견했었다.
이번 시찰단 파견은 일본이 공개하는 오염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살펴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IAEA가 현장검증을 통해 진행 중인 오염수 방류계획 검토 결과가 이르면 다음 달 중 공개될 예정이어서 우리 정부가 IAEA와 다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이 다소 께름직하다.
시찰단이 어느 범위와 정도까지 후쿠시마 원전 내 주요 시설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시찰의 실효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1030m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시찰단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찰 및 IAEA 검증 결과에 따라 방류가 이뤄지기 전에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혹여 겉핥기 식 시찰이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 결정의 근거로 사용될 여지도 있어서다. 자칫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및 해산물 수출에 명분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찰단은 과학의 잣대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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