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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차 생태계 키울 전폭적 지원 절실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9 18:23

수정 2023.05.09 18:23

현대차 29년 만에 신공장 착공
秋 부총리 파격 세제지원 약속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사진=뉴스1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사진=뉴스1
반도체 쇼크로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자동차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5%나 증가했다. 이로써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자동차 수출물량은 93만대를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달 수출이 1·4분기에 이어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현대차·기아의 선전이 돋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악재 속에서 거둔 실적이라 더 값지다.
미국 보조금 지급대상인 상업용 리스 차량 판매를 늘려 IRA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불황을 꿋꿋하게 뚫고 돌파구를 찾아낸 불굴의 정신을 높이 살 만하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기아 화성공장에서 국내 첫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한 데 이어 울산 신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면적이 23만㎡가 넘는 규모로 지을 울산 신공장엔 2조원이 투입된다. 올 4·4분기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의 신공장 건설은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이다.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높은 인건비와 노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확고한 미래차 선두주자로 올라서기 위해선 국내 허브시설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용공장을 발판으로 2030년 세계 미래차 톱3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8년간 24조원을 투자해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51만대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공장을 포함해 해외에서 생산되는 물량까지 합치면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은 364만대가 된다.

100년 만에 대변혁기를 겪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혁신과 도전은 필수다.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현지 생산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아예 퇴출시킬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5년에 이르면 신차 10대 중 9대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급박한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뒷받침도 수반돼야 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가 된 것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덕분에 가능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9일 전기차 생산시설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미래차 3강'으로 가는 길에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력업체들의 전기차 핵심부품 생산능력이 충분치 못한 것은 해결이 화급한 과제다. 국내 차부품업계의 전기차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전기차 산업생태계가 살아 있어야 명실상부한 전기차 허브가 구축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전기차 업계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전기차의 장래를 좌우할 만큼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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