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尹정부 1년을 말하다
시장변동성 대응 잘한 1년
금리·통화·부동산 등 정책
시의적절한 조치로 안정화
법인세 인하도 긍정효과 기대
여소야대 속 규제완화는 미흡
법인세 인하도 긍정효과 기대
여소야대 속 규제완화는 미흡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원칙은 보조금을 풀어 전략사업을 키우는 것보다는 시장규제를 철폐해 민간부문에서 열과 성을 다해 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구도다. 금리와 통화정책, 부동산 부분의 시의적절한 조치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건 칭찬해야 한다. 다만 거대 야당과 입법과제에 막혀 규제완화가 잘 되지 않았던 점은 불안 요소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1년 성과에 대해 칭찬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까지 이어질 암울한 경제전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부문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역할을 맡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尹정부 1년을 말하다
시장변동성 대응 잘한 1년
금리·통화·부동산 등 정책
시의적절한 조치로 안정화
법인세 인하도 긍정효과 기대
여소야대 속 규제완화는 미흡
법인세 인하도 긍정효과 기대
여소야대 속 규제완화는 미흡
대담=최갑천 산업부장
현재의 위기가 우리나라만의 위기가 아닌 세계 전체의 위기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재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서는 "의회 연설과 예고 없는 노래 한 곡이 금액과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한국 국격과 위상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본다"고 성과를 전했다. 다음은 김 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
―윤 정부 출범 1년이 됐다. 경제정책과 관련된 평가를 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원칙은 정부가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전략사업을 키우기보다는 시장 규제를 철폐해서 민간부문이 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구도다. 주요국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여소야대 국면에서 경제정책 운용의 폭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법인세 인하 등 민간경제 활성화와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국가 산업 및 기술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최근 미국까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세일즈 외교도 높이 평가된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인세율 인하폭이 제한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당면한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다. 하반기 전망과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윤 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경제부문의 사령탑을 맡을 NSC가 필요하다. 가계부채, 수출부진, 자원외교 등 곳곳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보인다. 공급망 붕괴, 노동인력의 문제, 산업구조의 퇴화, 인수합병(M&A)의 부재 등 산업구조에 대한 국회나 부처 차원의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면 지금이 그 기회다. 우리만의 위기가 아니라 세계 전체가 위기 구도다. 세계 전체가 공급망과 유동성 과잉, 인플레이션, 자원의 무기화, 우크라 사태 등으로 위기에 놓여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역량이 높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는 대한민국에는 도약의 기회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방어만 하지 말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사령탑을 맡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주가변동, 부동산대책, 인력난 등 우리 경제에는 칼을 댈 곳이 많다. 두통이 올 때는 일시적 두통도 있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오는 두통도 있다. 자본시장도 똑같다. 심장과 혈관에 큰 수술을 해야 할 경제부문의 NSC가 필요하다. 내과의사처럼 처방하는 사람이 아닌, 근본적으로 경제를 수술할 집도의가 필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경제적 평가가 엇갈리는데.
▲방미 기간 우리나라가 59억달러의 투자유치를 거뒀다. 하지만 이 같은 금액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 방미가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영어 스피치를 하고, 노래를 부른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국 국격과 위상의 상승을 가져왔다. 8분이라는 노래 속에 미국인의 오랜 철학이 담겨있다. 이런 노래를 한국 대통령이 불렀고 고등학교 때부터 부르고 애창곡이었던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즐겨 부른다는 점을 알게 된 미국인들은 한국이 문화적 측면이 뛰어난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제 한국 국민은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됐으면 좋겠으며, 어떤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지를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방미는 자유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가치 동맹'을 강화하게 된 중요한 계기다. 590억달러, 5900억달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점이 달라진 게 가장 큰 효과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과학법 등 당장의 구체적 성과보다는 미국이 가치동맹으로서 국가로 한국을 인식하게 된 점에서 향후 더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방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번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는 미국 측 참석 기업을 추려야 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행사 현장에서 미국 기업인들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구글과 퀄컴, 램리서치 회장,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 등 미국 내 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윤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최태원 회장은 크리스 레베스크 테라파워 회장을 소개하는 등 그룹 총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윤 대통령이 '1호 영업맨'이 되겠다고 했는데.
▲방미 기간 우리나라가 생색을 많이 냈다. 우리나라가 "제발 투자해달라"라는 자리가 아니었다. 반대로 이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우리가 일자리를 나눠주는 자리까지 왔다고 알리는 기회였다. 미국의 자본과 기업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을 했으니, 향후 우리나라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했고,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일자리를 만든 만큼 한국에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거란 시그널을 준 것이다.
―남은 임기 중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는.
▲결국 규제로 귀결된다. 시장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시장 주체들이 상상력과 창의성, 생산성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최고의 경제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완화 등 규제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민간에서 규제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대기업 차별규제 해소가 시급하다. 자산 1000억원 기업의 적용 규제가 5개인 반면,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무려 275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성장 의욕이 저해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차별 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지난 1년간 노조부문 개혁이 추진됐지만 아직 노동시장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근로 자율성 확보와 고용형태 다변화를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이루고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모호한 표현을 명확히 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부당한 처벌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의 해법은.
▲글로벌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장기화로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거의 막힌 상태로, 우리에게는 반도체 등 거의 따라잡혔던 기술력 격차를 다시 벌릴 기회다. 또한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조정과 탈중국화 기업을 흡수해 올 수 있다.
―비경제인 출신으로 전경련 수장이 되셨는데, 내부에서 바라보는 전경련 시각은.
▲순수 민간 기업들이 모여 설립된 전경련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제가 가졌던 생각이다. 그동안 국가가 민간과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국가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고,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금도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전경련이 앞장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내부로 들어와 살펴보니 전경련이 대학생 경제교육 등을 통해 자유시장경제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다양하게 해왔다. 어린 학생들부터 청년세대에까지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한국판 버핏과의 대화'와 같은 자리도 많이 만들고자 한다.
―취임 이후 6개월 임기를 공언하셨는데, 차기 회장 관련 상황은 어떤가.
▲전경련은 기업들이 모여 설립한 순수 민간 경제단체인 만큼, 회장은 기업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차기 회장님을 모시기 위한 과도기적 시기에 한시적으로 전경련을 이끌고 있어 6개월간 역할을 맡기로 결심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2~3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충분한 것도 아니다. 6개월이라는 임기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기 위한 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다. 그렇다고 회장 직무대행 임기가 끝나면 손을 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움이 된다면 고문이든 자문이든 전경련에 남아서 혁신을 추진하던 사업들을 계속 보고 싶고 도와드리고 싶다. 차기 회장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장단 및 여러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분을 모실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리=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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