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해외서 망신살 삼성전자 노조, 이래서 얻는 게 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0 18:29

수정 2023.05.10 18:29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사진=뉴시스
세계 각국 노조가 한자리에 모인 국제행사장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를 규탄하는 낯 뜨거운 사건이 지난 9일 벌어졌다. 그것도 세계에 알려야 할 정도의 엄청난 회사 비리를 폭로하는 게 아니라 임금협상 결렬에 대한 몽니 차원이었다.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회사의 노조가 해도 될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국민 80%가 노동개혁이 필수(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조사)라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행사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 호텔에서 "사측과 교섭을 통해 풀어보려 했으나 회사가 노조를 무시했다"며 맹비난했다. 노조는 '삼성전자의 노조 탄압을 낱낱이 공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회의장에서 발표했다. 노조는 사측과 올해 임금인상률을 두고 계속 갈등을 빚고 있었다.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7.4%가 가입해 있다.
노조는 10%대 임금인상률을 요구했지만, 또 다른 직원 조직인 노사협의회와 사측이 4.1%에 합의하자 이를 되돌리려 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일이 해외에 알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회사를 망신 줘서 임금을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은 누가 봐도 합당하다. "외부에 낱낱이 알리면 협상에 도움이 되는 거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시각이 정상적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오히려 더 센 압박을 도모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련은 6월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연대해 국제적인 삼성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은 개의치 않고 노조의 이익만 최우선 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쇼크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지난 1·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적자를 봤다. 2·4분기에는 삼성전자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시장이 엄혹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노사가 똘똘 뭉쳐도 이 불황의 파고를 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부침이 심한 메모리 사업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로 발을 넓혀 확고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삼성전자가 사는 길이다.
이것이 성공해야 한국 경제의 미래도 밝아진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노조의 회사 발목잡기는 부적절하다.
협박과 대결, 투쟁과 갈등의 구시대 노사관행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