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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반쪽 출범' 아쉽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0 18:29

수정 2023.05.10 18:29

전범기업 불참 따라 반쪽짜리
사죄와 배상 의사 없음 재확인
한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직도. 뉴시스
한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직도. 뉴시스
한일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10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의 공동사업을 검토할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기금 진행 상황과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들의 기금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기금 참여 여부에 대한 코멘트를 회피했다.


두 단체는 이날 발표에서 기금을 통해 젊은 인재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양국 대학 간 교류 강화, 한국 고등학교 교원의 일본 방문과 인턴십 등을 검토키로 했다. 반도체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등 경제안보 환경 정비,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와 강화, 녹색 전환과 디지털 전환, 전염병 확산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을 출연했다. 앞으로 개별 기업들의 출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금 조성은 한국 정부의 징용 배상 해법 실행을 뒷받침하는 해법으로 평가돼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동안 해당 일본 기업들은 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으며,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내린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사죄와 배상할 뜻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전범기업들이 기금 조성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국내에서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해온 생존자 3명 중 1명이 이를 수용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가운데 10명은 유족이 배상금을 수령했지만, 생존자 3명은 거부해 왔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2억원가량의 배상금이 지급된다. 정부는 남은 피해자 4명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배상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해 해빙 무드가 조성됐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는 물론 피고기업조차 배상을 거부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반을 채운 물잔을 내밀었지만, 나머지 반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셈이다.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성의 있는 호응'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두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파트너십이 반쪽짜리에 그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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