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돌아온 이태원
11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평일 낮시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과 유동 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진 것이 체감됐다. 6호선 이태원역 앞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태원 방문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뉴욕에서 온 핀씨 모녀(46·18)는 "슬픈 소식을 들었지만, 관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수많은 메모가 붙은 공간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미국에도 9·11 테러 추모 공원 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이들도 일대가 활기를 되찾았다고 느낀다. 지난 2020년 한국에 온 독일인 헬레나씨(37)는 "봄이 오면서 20대 배낭 여행객들이 많아졌다"며 "오히려 이태원 방문을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경리단길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씨(28)도 "최근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 이태원에 언제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양 옆으로 약 500m 떨어진 한남동 주민센터·6호선 녹사평역 인근 가게들은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가게들도 있었다. 녹사평역의 한 음식점 가게 직원 A씨는 "올해 초와 비교해서 부쩍 사람이 많아져 직원을 새로 뽑았다"고 전했다.
■공실 줄었지만 참사 현장 인근은 썰렁
통계를 봐도 이태원 상권 하락세는 줄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1·4분기 한남·이태원 상권은 지난해 1분기 대비 공실률이 약 3.6% 줄어든 12.6%였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0.7% 줄었다.
다만 참사 현장에 인접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아직 '임대문의' 스티커가 붙은 빈 건물들이 곳곳에 있었다. 뒤편 '세계음식거리'에도 인적이 드물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남인석씨(82)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와 숨통이 조금 트였다"면서도 "아직도 상권 회복까지 먼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추모 공간을 조성하고, 내국인이 이태원에 돌아올 수 있게 함께 상처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민들은 이태원역 인근 가게 방문을 꺼리는 모습이다. 한남동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24)는 "한남동이나 해방촌은 자주 찾지만, 이태원역 인근 술집은 아직 불편한 마음에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용산구, 중기부 등 지원 나서
서울시, 용산구 등 지자체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이태원 상권 회복에 다각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 발행하는 한편 문화 사업을 열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이태원 치유, 회복, 화합 프로젝트 '녹사평역 음악회'가 열리고 있으며, 11일부터 나흘간 '앤틱&빈티지 페스티벌'도 진행한다.
중기부도 이태원 상권회복 노력을 지속중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현재까지 이태원을 직접 4회 이상 찾았다. 중기부는 이날 이태원역 거리에 하얀색 대형풍선 10개의 ‘소망볼’을 설치했다. 소망볼은 중기부가 온 국민이 작은 소비부터 힘을 모아 큰 경제 활력을 만들자는 ‘온 국민, 힘 모으기!’ 캠페인인 2023 동행축제의 부대행사로 국민들의 마음을 손글씨로 담아 이태원 상권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가는 상인들을 응원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장관의 관심 속에 배달의민족 등 기업들도 이태원 상권 회복에 참여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회식 챌린지'다.
이 장관은 지난 4월8일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한 ‘회식 챌린지’를 제안했다. 이 장관이 제안한 회식 챌린지는 참여자로 지명된 사람이 이태원 식당에서 동료, 가족과 함께 식사한 인증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붙여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미셸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 마리아 카스틸로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등이 동참하고 있으며 기업과 협단체들도 참여중이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상인들은 "내·외국인들이 이태원을 다시 찾아와 동료·가족들과 식사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상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회식 챌린지가 널리 확산돼 이태원이 새롭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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