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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쌍둥이 적자' 가시화, 안이한 인식이 위기 키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1 18:27

수정 2023.05.11 18:27

경상적자에 재정적자도 덮쳐
시장개척, 기술개발로 돌파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과 천소라 전망총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KDI는 2023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며 1.5% 성장한 후 2024년에는 대외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 확대로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과 천소라 전망총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KDI는 2023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며 1.5% 성장한 후 2024년에는 대외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 확대로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나라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1·4분기에 54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은 그대로인데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다 올 무역적자가 벌써 300억달러에 육박해 26년 만의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쌍둥이 적자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현상을 말하지만, 경상수지를 무역수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72억달러라는 역대급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경상수지는 297억달러 흑자를 냈지만 전년보다 65% 줄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쁘다. 1·4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45억달러에 근접하며 11년 만에 분기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탈 것이라며 근거도 없이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 더 어두운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KDI 역시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또한 막연한 기대일 수 있다.

문제는 저성장이 단기일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등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수출만 보면 자동차가 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세계 각국의 경쟁 격화와 미·중 패권다툼으로 상황이 바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런 마당에 설상가상의 쌍둥이 적자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적자 심화는 금융·외환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신인도 하락을 초래하는 심각한 결과를 우리는 외환위기를 통해 뼈아프게 경험했다.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차라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할 수 있는 대책을 다 꺼내 놓는 게 맞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우리 경제에 곧바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대도 지났다. 더 이상 중국에 기댈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대중국 수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국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적자도 경기가 살아나면 해소되겠지만 우리 정부의 경기전망은 너무 긍정적이다. 미국 경기는 하반기에도 나쁠 것이라는데 우리만 좋아질 리도 만무하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 포퓰리즘적 선심정책을 접고 예산 씀씀이도 줄여 나가는 게 마땅하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대책 없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정쟁의 이전투구에 빠져 있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어려운 경제와 민생이 보이지도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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