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한화 팬들이 구단의 이해할 수 없는 ‘인사’에 분노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를 점령하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대부분 이번 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 팬들이 하고자하는 말은 수베로 감독을 경질시키는 것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최근 2년 압도적인 최하위에 올해도 최하위권을 멤돌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경질을 논의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하지만 그 와 별개로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2가지다.
일단 ‘명분’이다. 기자에게 한화 팬들의 메일이 몇 통 도착했다. 한화 팬들의 울분 섞인 제보였다.
그 중 한 팬은 “잘못된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책임을 지는 프런트 인사가 없다. 스미스의 경우 부상의 우려가 높은 것을 알면서도 자신 있게 영입했다. 그러나 개막전 2.2 이닝 만에 자진 강판한 후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교체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2023년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201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화 구단은 “수베로 감독의 경우 작년에도 한차례 경질을 논의했었고, 올해는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올해는 성과를 중요시했는데, 실험을 계속 하는 것이 경질 사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시즌 국내 선수들이 확실하게 성장했다. 문동주·노시환이 투타의 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채은성도 FA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유로결, 남지민, 문현빈, 김기중같은 유망주들도 서서히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국내 선수가 아닌 용병이다.
오그레디는 1할대의 타율로 없느니만 못한 선수로 전락했다. 1선발로 야심차게 영입한 스미스는 고작 2.1이닝을 던지고 퇴출되었다. 한국야구에서 용병은 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런 와중에 한화는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 팬들의 반응이다. 즉 책임을 지우려면 수베로 감독 이전에 이런 용병을 영입한 사람이 먼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기의 문제다. 한화는 지난 두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했고,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도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이날은 새 용병 산체스가 호투를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되는 날이었다. 팬들은 대반격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환호했다. 그런 팬들의 행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이 구단의 경질 발표였다.
어차피 내부 승격이라면 급할 것이 없었다. 조금 더 시기를 봐도 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굳이 이렇게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선수들을 당혹스럽게 할 이유가 없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필요하고 때가 있다. 그래야 뒷탈이 없다. 한화의 이번 '수베로 감독 경질' 은 명분 싸움에서도, 시기적인 측면에서도 팬들을 납득 시키지 못했다. 그것이 한화 팬들이 분노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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