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더글로리 글로벌 수익 사실상 넷플릭스 독점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한국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내 제작업체가 제작을 대행하거나 빅히트작인 '더글로리'를 포함해 국내 업체가 만든 우수 작품을 넷플릭스가 사들여 사실상 글로벌 수익을 독점한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K-콘텐츠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넷플릭스의 하도급(?) 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국내 콘텐츠 제작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K-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한 세액 공제 확대 방안이 추진되는가 하면 국내 업체의 지식재산권(IP) 확보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콘텐츠 국내 제작업체 세액공재 확대 등 자생력 키울 때
지난 24일 윤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CEO를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접견하며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와 최고 경영진들과 만나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대표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투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자 국회에서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살아남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국내 기업이 제작대행을 했고, ‘더 글로리’는 국내 기업이 제작한 후 넷플릭스에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드라마 수익의 대부분을 넷플릭스가 독점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작한 드라마가 세계적인 흥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영상콘텐츠 제작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흥행 성적 대비 국내 기업들이 누리는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현행 이 의원은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해 중소기업의 경우 10%, 중견기업의 경우 7%, 대기업의 경우 3%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대폭 상향해 중소기업의 경우 25%, 중견기업의 경우 20%, 대기업의 경우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국내 사업자가 IP 가져야"..온전한 보상을 받자
창작자·제작사의 IP 확보와 국내 콘텐츠 업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에 제작 투자를 받아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된 것 맞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IP을 넘겨주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악영향이 있을 테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와 같이 국내 사업자가 IP를 가질 수 있도록 정책으로 지원하고 시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도 IP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IP를 갖는 기업이 부가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 시장은 제작 단계에만 머무르는 '하청 공장'이 될까 우려된다"며 "'슈퍼 마리오'와 같은 우수한 슈퍼 IP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교수는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미 글로벌 밸류체인이 중요해졌다"며 "콘텐츠 업계를 내수 시장으로만 바라봤던 세제 등 정책의 방향성이 깨지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라는 하나의 독보적인 투자자만 존재하고 국내 업계가 위축될 경우 콘텐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팀 리더는 "중국의 '한한령'으로 자본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 이에 의존했던 많은 제작사가 어려웠다"며 "이번 기회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작사와 미디어 산업을 위한 지원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승 왓챠 이사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를 유지하려면 단일 투자자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며 "가장 급선무인 건 투자와 유통에 대한 국가 전략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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