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코로나 끝났지만...' 소상공인 빚 35조 상환 '째깍째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3 05:00

수정 2023.05.13 05:00

팬데믹 속 코로나19 보다 무서웠던 대출 압박
방역조치 해제됐지만 경기침체 속 손님도 '뚝'
[파이낸셜뉴스]
5대 은행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만기연장·상환 유예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6조6205억원(25만9594건)에 달한다. 이 중 만기연장 대출 잔액은 34조8134억원(21만4326건)으로 상환 연장이 안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5대 은행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만기연장·상환 유예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6조6205억원(25만9594건)에 달한다. 이 중 만기연장 대출 잔액은 34조8134억원(21만4326건)으로 상환 연장이 안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1. 팬데믹에서도 코로나 보다 무서웠던 것은 다달이 청구되는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이었다. 방역조치가 대부분 해제됐지만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때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2. 코로나가 끝났으니 그동안 연장해줬던 대출금 상환 유예도 없어질 가능성이 커진 거 아닌가. 경기침체로 손님도 떨어진 상황인데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커져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3년 4개월만에 종식 선언을 했지만 그동안 빌려 받은 대출금 상환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유예됐던 대출금 상환이 종식 선언과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내수 침체에 매출 뚝...자영업자 '막막'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엔데믹을 공식화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020년 1월 20일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끝내고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을 알리는 '엔데믹'을 선언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출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에도 사업장에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으며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고용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는 있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해 시민들이 눈치보는 일은 덜 할 것 같다"며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이 되면 매출이 조금은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자영업자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내수침체 속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 2268개 업체를 대상으로 1·4분기 보증이용업체 기업경기실사지수(G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52.6으로 나타났다. GBSI는 100 미만이면 부정적,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체감하는 경향이 더 많다는 의미다. 보증이용 소상공인이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는 △내수 및 수출 수요의 감소(25.8%) △원자재 가격의 상승(19.6%) △운영비용의 상승(16.2%) △자금 사정의 불안정(16.2%) 때문이다.

만기 연장 안되면 35조 상환 '비상'

더 문제는 금융지원이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자영업자 대출잔액(1019조8000억원) 중 은행권 대출은 618조5000억원(60.6%), 비은행권 대출은 401조3000억원(39.4%)으로 추산됐다. 1년 전(은행권 586조3000억원, 비은행권 32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은행권 대출잔액은 5.5%, 비은행권은 24.3% 증가한 규모다.

비은행권 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 중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4분기 35.5%에서 1년 사이 3.9%포인트나 뛰었다.

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만기연장·상환 유예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6조6205억원(25만9594건)에 달했다. 이중 만기연장 대출 잔액은 34조8134억원(21만432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대출 상환유예가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권이 재연장 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는 9월부터 대출금을 상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 상황에서 금융지원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출과 임대료 납부였다"며 "코로나는 끝났지만 빚 갚은 것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 경기침체를 어떻게 견뎌낼지 고민이 커진다"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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