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김병철이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닥터 차정숙'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김정욱)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작품으로, '경력단절 아줌마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육아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전업주부가 된 주인공 차정숙은 '간 이식 수술'이라는 일생의 고비를 만나며 가족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뒤, 잊고 있던 의사의 꿈을 다시 키워간다.
'경단 주부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는 곧 인기로 이어졌다. 4.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한 극은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회를 거듭하며 '우상향'했고, 지난 5월7일 방송된 8화는 16.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1주차(5월1일부터 5월 7일까지) 화제성 조사에서도 드라마 부문 1위, 비드라마를 포함한 방송 종합 1위, OTT를 포함한 드라마 통합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닥터 차정숙'의 인기에는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빠른 전개, 유쾌한 연출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지만, 생생한 연기로 캐릭터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직배송'하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차정숙의 남편이자 모든 사건의 불씨를 만든 서인호를 연기한 김병철은 극강의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을 단단하게 받친다.
서인호는 집안에서 군림하며 '도덕군자'처럼 굴지만, 실제로는 내연녀 최승희(명세빈 분)와 오랜 기간 불륜을 저지르며 딸까지 두고 있는 이중적 인물. 그러나 본인과 불륜녀가 함께 일하는 병원에서 아내 차정숙이 전공의 과정을 다시 시작한 것을 계기로, 그의 '완벽한 생활'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권위 있는 가장이었던 서인호는 자신의 과오가 밝혀지면서 서서히 무너지고, '하남자'(상남자의 반대말로, 속이 좁은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 면모를 드러낸다.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반성하지 않지만, 아내의 새로운 로맨스 기류는 참지 못하는 서인호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캐릭터.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으로만 비칠 수 있기에 섭외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김대진 PD 역시 "서인호는 품위도 있어야 하고, 코믹도 해야 해 캐스팅이 어려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PD는 김병철이라면 이 캐릭터를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캐스팅을 제안했고, 김병철 역시 '닥터 차정숙'의 흥미진진한 서사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이후 극에 등장한 김병철은 서인호 그 자체였다.
그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상황에 따른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품위를 중시하는 완벽주의자의 민낯을 드러내고,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은 김병철이라 소화 가능했다. 덕분에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하남자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김병철의 극 속 '연기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인호는 아이들, 모친에게 치부를 드러내 배척받기 시작한데 이어, 차정숙에게도 불륜을 들킨 상황. 차정숙의 복수가 제대로 시작될 향후 서사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인호는 2막의 재미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병철이 '하찮은 남주의 추락'을 어떻게 표현할지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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