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꿈의 오케스트라 통영에서 활동한 지 3년 됐는데요. 120년만에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리는 첫 공연에 참여하게 돼 무척 떨렸지만,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한 덕에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 돼 뿌듯합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주한미군기지로 활용되던 부지를 정비해 120년만에 처음으로 개방됐다. 봄볕이 따스롭던 지난 13일 공원에 들어서자 여유롭게 자리한 단층 건물 사이로 각양각색 꽃이 펴있었다. 탁 트인 푸른 정원 내 잔디마당에 마련된 무대 뒤로는 대통령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제12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20~26일) 행사를 기념하고,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기관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중 하나인 ‘국민과 함께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통영 단원 이시환 어린이(13)는 “꿈의 오케스트라에 입단해 플루트를 처음 배웠다”라며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참 좋고, 덕분에 음악이 더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통영은 이날 디즈니 메들리부터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프레즈 프라도의 ‘맘보 5번’을 절묘하게 섞은 웅장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23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기념 문화예술 공연
‘꿈의 오케스트라’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처럼 취약계층을 포함한 지역사회 아동·청소년들에게 오케스트라 합주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누적 2만여명이 참여했다.
현재 전국 49개 지역, 270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박은서 졸업단원은 두다멜 재단과 LA필 음악감독 두다멜이 진행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음악 훈련 프로그램에 합격해 미국 LA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호른을 전공하는 최민서 학생을 포함해 졸업단원 8명과 꿈의 오케스트라 오산·통영 단원까지 150여명이 무대에 올랐다.
호르니스트 이석준 한예종 교수가 오산 단원들과 글리에르 호른 협주곡 1악장과 영화 '어벤져스' '캐리비안 해적' 메들리를 협연해 눈길을 끌었으며, 통영 단원들은 통영시립소년소년합창단원과 함께하는 특별 무대를 선보였다. 또 발달장애인 연주단체인 ‘은하수 타악기 앙상블’이 라데츠키 행진곡 등 3곡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의 선율을 더했다.
현장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다문화·보훈가족을 포함해 1200여명이 이들의 공연을 즐겼다.
부모를 모시고 음악회를 찾은 한 40대 용산 주민은 “임시 개방 때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을 즐겨 찾았다”며 “오늘 프로그램 구성이 좋다. 관람객은 즐겁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재능을 뽐내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40대 직장맘도 “공연이 의미 있고 좋았다”며 “아이들 놀기에 좋아서 공원을 또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프렌들리’ 문화예술교육사업 ‘꿈의 오케스트라’
문체부는 앞서 지난 2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통해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을 중장기 정책 비전으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을 목표로 약자 프렌들리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약속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은 예술교육진흥원의 대표적인 '약자 프렌들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꿈의 댄스팀’, ‘문화예술 치유’, ‘예술누림’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꿈의 댄스팀’ 거점기관 20개소,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마음치유 봄처럼’ 운영기관·단체 58개소를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기관·단체에서 연간 200여 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운영될 예정이다.
예술교육진흥원 가치확산팀 정다워 팀장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올해 13년차가 되면서 단원들 중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까지 나왔다”며 “오늘 공연은 졸업 단원 8명이 함께하면서 ‘꿈의 오케스트라’ 성과를 한자리에서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5월 한달 간 전국 곳곳에서 합동 프로젝트 '꿈의 향연' 공연도 펼치는데, 음악으로 성장한 전국 아동・청소년이 지역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한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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