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 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인들은 국경에서 5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칠레 가격의 불과 30%에 밖에 되지 않는 식료품 가격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달 멘도사주를 통해 입국한 칠레인들은 총 19만434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6478명으로 이 중 80%인 5180명 정도가 식료품과 개인위생용품 및 청소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입국하고 있으며, 입국자 대부분은 서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칠레 관광객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가격이 다 저렴하다"라며 "기름, 커피, 소스, 기저귀, 쌀, 우유 등 모든 게 칠레보다 2배에서 3배 정도 더 싼 것 같다"라고 전했다. 페소를 벌며 생활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재앙이겠지만 달러로 쇼핑을 하러 오는 옆 나라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멘도사주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와 창고식 도매 할인점은 칠레인들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불편을 호소하자 칠레인들의 쇼핑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칠레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창고식 도매 할인점에서의 물품 구입이 가능하다. 이는 칠레인들의 사재기로 인해 아르헨티나 시민들이 2시간 이상 계산대에서 기다리게 되자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업체가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알도 아브람 경제학 교수는 현지 언론의 칠레 관광객 급증 기사를 개인 트위터에 리트윗하면서 "이웃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모든 걸 다 사 간다면, 그건 우리에겐 너무 비싸고 그들에겐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살인적인 물가를 억제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칠레의 물가 상승률은 0.3%였으며, 연간 4.6%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8.4%였으며, 연간 최소 124%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동반되는 환율 변동을 감안한다면 칠레인들의 아르헨티나 식료품 투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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