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4일(현지시간)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어 이달말 2차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개표가 97.95% 진행된 가운데 정의개발당(AKP) 소속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49.34%로 앞섰으나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와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승리당 대표 시난 오간은 각각 득표율 44.99%와 5.28%를 얻었다.
에르도안 vs. 클르츠다로을루 28일 결선투표
개표 결과를 더 기다려야 하지만 외신들은 오는 28일 2차 결선투표 실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선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의 AKP 본부에서 50%가 넘는 득표를 얻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또 2차 결선이 실시된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대선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2위를 달리고 있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CHP 당사에서 “2차 투표를 원한다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우리는 2차 결선에서 틀림없이 이길 것이다. 모두들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하는 득표율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는 28일 2차 결선 투표가 실시될 경우 또다시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접전이 예상된다.
외신들은 승리당 오간 후보의 지지표가 승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모두 오간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며 이들의 표가 결선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간 지지자들이 극우 성향의 국수주의자들이어서 2차 결선에서 에르도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의원 선거와 같이 치러진 이번 대선은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당은 처음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합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집권하면서 정부 부처를 통합하는 등 민주화와는 반대의 길을 걸어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민주주의로의 복귀냐 아니면 에르도안의 전제주의가 계속 이어지냐가 판가름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안정과 독립된 외교정책, 군수산업 강화 지속 등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해왔다. 그는 2002년 3600달러였던 튀르키예의 국내총생산(GDP)를 집권 10년뒤인 2012년에 1만1700달러로 늘리면서 중산층을 늘리고 국민들을 빈곤에서 탈출 시켰으며 의료서비스를 확대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튀르키예 공무원들의 임금을 45% 인상하고 정년 연령을 낮췄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으며 소비자 물가는 지난 10월 85.5%까지 치솟은 후 떨어지고는 있으나 4월 43.7%로 여전히 높은 등 경제에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남동부 지역에서 두차례 강진이 발생했을 때 구조 작업이 늦게 진행됐고 AKP가 마련한 느슨한 건축물 안전 기준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지진으로 4만4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튀르키예 정부는 집계했다. CNN은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의 주민 약 100만명은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그동안 튀르키예가 보여온 영향력을 볼 때 해외에서도 리플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도 영향력을 키워왔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 스웨덴의 가입 시도를 저지해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튀르키예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 협정 체결 등 외교적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터키 외교정책 전문가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튀르키예가 유럽이나 나토로 조금만 기울기만 해도 글로벌 힘의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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