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산업용 전기요금이 16일부터 1㎾h당 8.0원 오르면서 산업계 시름이 더 깊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에 필수재인 전기 사용요금마저 크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전기로 24시간 대형 설비를 가동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업체 등은 연간 전기요금 부담이 많게는 수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산 원가에 바로 반영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멘트 업체는 출하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전기수요가 많은 하절기를 앞두고 단행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생산비용 부담을 높이고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전기사용량(5334억㎾h)의 55%가 산업용 전기(2913억㎾h)였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5개사 중 4곳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다인 한해 1만8412GWh(2021년 기준)를 사용, 전기요금 1조7461억원을 납부했다. SK하이닉스 209GWh)가 86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6781GWh), LG디스플레이(6225GWh) 등이 6000억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전력 사용이 많은 대형 설비를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영향이 직접적이다. 중국업체와 원가 경쟁을 벌이는 디스플레이 업체로서는 적자 폭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은 전력량을 올해 사용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삼성전자는 연간 약 1645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800억원, 삼성·LG디스플레이는 490억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주요 업체가 비상경영 등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단행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철강업체는 전기요금이 오르면 시장에서 제품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전력비용이 원가의 10% 정도다. 전기로를 가동하는 현대제철은 연간 500억원 이상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2021년 전기요금 6740억원을 납부, 국내 3위 수준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에 따라 전력산업기반기금(부과 요율 3.7%) 납입금도 함께 오르는데,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금 요율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전력 수요가 많은 하절기에 요금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업체 관계자는 "설비의 열을 식히는 쿨링타워 가동을 더 많이 해야하는 여름엔 전기요금 부담도 크다"고 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건설업체 한 임원은 "폭등한 공사비를 놓고 지금도 갈등이 심한데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건설 주요 원자재인 레미콘과 철근값은 이미 30% 이상 올랐는데, 더 오를 것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20% 수준인 시멘트 업계는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높고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주력 제조업체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부진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계 전반의 실질적 비용증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은 "용도별 요금체계 책정 기준과 원가회수율 등을 조정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준석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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