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검찰청이 1968년 동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반공법 위반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납북귀환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절차에 착수하도록 일선청에 지시했다. 이는 '납북 후 귀환'과 관련, 형사처벌된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에서 직권으로 대규모 인원을 재심 청구하는 첫 사례다.
16일 대검에 따르면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 100명은 1969년 5월28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피고인들이다.
납북귀환어부는 동·서해상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돼 북한에 체류하다 귀환한 선원들을 지칭한다. 지난 1953년 7월 군사정전협정 체결 후 납북어부 사건이 다수 발생했는데 1987년까지 납북된 어선은 459척, 선원이 3648명에 달한다. 그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314척·2236명이 1961∼1970년에 집중됐다.
당초 정부는 북한의 선박 납북을 비인도적 도발행위로 보고 장기간 억류당한 귀환어부에 대해 관용 방침을 취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 등 대남공작이 증가하면서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 납북어부들로부터 입수된 정보가 대남공작에 활용됐다고 판단한 정부는 납북 방지를 위해 어로저지선을 남하하고, 이를 넘어 조업하다 납북되면 사실상 간접적인 간첩행위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납북어부들은 귀환 즉시 수사기관에 구금된 상태로 조사받은 뒤 수산업법위반, 반공법위반(탈출)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반공법위반(찬양고무등), 국가보안법위반(금품수수) 혐의까지 적용됐다.
이번 재심 대상자들도 귀환 후 석방될 때까지 장기간 구금되는 피해를 입었고, 출소 후에도 반공법위반의 낙인이 찍혀 정상적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다.
귀환한 150명 가운데 147명이 구속, 3명이 불구속 송치됐고 검찰의 기소를 거쳐 재판에서는 149명이 공소사실 중 수산업위반, 반공법위반(탈출)으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1명은 1심 재판 중 사망해 공소기각됐다.
149명 중 17명은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132명은 집행유예(대체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선고로 3∼7개월 간 구금 후 석방됐다.
생업에 종사하던 어부들이 남북한 체제경쟁 속에서 납북→귀환→구금→수사.재판을 거쳐 석방될 때까지 9∼18개월간 고초를 겪었고, 대부분 영세어민으로서 가장이었던 피고인들의 구금으로 그 가족들은 학업을 포기하거나 생존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미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9명(속초지청), 피고인과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40명, 사망자 1명을 제외한 100명의 사건을 검토해 모두 불법구금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관할 5개 검찰청(춘천지검, 강릉지청, 속초지청,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지시했다. 직권재심 대상자는 5개 검찰청에 나눠져 있는데, 이 중 속초지청이 70명을 관할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절차를 수행함에 따라 피고인 또는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