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혜’ 돼서는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6 18:03

수정 2023.05.16 18:03

[특별기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혜’ 돼서는 안돼
전세사기가 최근 이슈다. 사기 과정에서 악성 임대인뿐만 아니라 일부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이 크다.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분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이 이토록 전세사기 피해를 키운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인 것 같다. 지난 정부는 오로지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하에 규제 일변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시장은 기대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 전세값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주거 수요들은 빌라로 밀려났다. 특히, 임대차 3법의 무리한 도입이 전세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 매물이 잠기게 되었고,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임대료에 4년치 인상분이 선반영돼 전세값이 급증하는 등 지속적인 시장 과열은 전세사기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집주인들에 대한 과도한 종부세도 국세체납으로 이어져 세입자 피해가 더 커지게 됐다.

반면, 전세사기 등에 대한 고려는 미흡했다. 임대사업자 수 늘리기에 급급했던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은 갭투자 확산에 일조했다. HUG의 전세보증 제도는 매매가의 100%까지 가입을 허용해 위험 계약을 양산했고, 악성 임대인이 무자본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2017년 74억원에 불과했던 보증사고액은 2021년 579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제도를 손질하는 등 대응은 없어, 사실상 손 놓고 폭탄 돌리기를 했다.

정부가 늦게나마 작년부터 전세사기 대책을 수차례 마련해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낮췄고 임대인이 보증가입 불가 시 임대사업자 등록 불허 등 제도를 개선했다. 4월27일에는 추가 대책도 마련하였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두고, 피해 주택의 경공매 신청 유예·중지,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 인차인이 원할 경우 LH가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은 후 공공임대 제공 등 방안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매입이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사적 계약의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예로 인천 피해주택의 평균 보증금이 1억원 내외, 2000가구가 넘어가므로 단순 계산만 해도 피해액이 2000억원 이상이다. 전국 확대 시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특히 임대보증금 채권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해도 보증금이 후순위일 경우에는 매입가격이 매우 낮아 피해 임차인들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임차인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하려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야 하고, 국민 세금지원이라는 논란은 불가피해 질 것이다. 정부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지원이 특혜가 돼서는 안된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살펴, 여야간 전세사기 책임 공방을 벌이며 무책임한 포퓰리즘식 대안을 남발하기 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법률이 신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