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선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비, 수출, 생산, 투자, 고용, 부동산 등 각종 지표가 곤두박질을 쳐도 위기를 인정하는 법이 거의 없다. '일부' 위험요소가 있지만 지도부의 영도력 아래 경제는 탄탄하게 성장하는 중이며, 영원히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랬던 중국이 갑자기 앓는 소리를 한다. 그것도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무기 삼아 수시로 주변국을 위협해오던 경제 분야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741달러로 선진국 5분의 1"이라며 "2021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세계 68위"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규모 2위 대국이라던 그동안의 자랑과는 거리가 멀다.
배경에는 역시 미국이 있다. 미국 하원이 올해 3월 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을 추진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뒤늦게 내놓은 반응이다. 개도국은 무역과 기후변화, 금융, 개발 등에서 우대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부담은 줄어든다. 중국은 이를 밑바탕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여기다 오는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경제적 협박(강압)'을 견제하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전에 보였던 모습과는 달라 어색하다. 중국은 스스로 주요 2개국(G2)이라고 칭하면서 '힘'을 보여 왔다. 자국과 함께하면 소비시장이 몇 배 증가하고, GDP도 확대 가능하다는 당근책을 수시로 꺼냈다.
반면 정치·외교에서 관계가 어긋나면 자국보다 힘이 부족한 국가에 경제와 무역으로 가차없이 보복하는 '이중성'도 드러냈다. 한국, 호주, 일본이 줄줄이 당했다.
최강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꿈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 분야에선 특히 그렇다. 위안화의 국제화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2035년이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 여전히 성질 나쁜 골목대장 정도일 뿐이다.
왜 그럴까. 몸뚱이만 큰 것이 아니라 책임과 역할도 뒤따라야 국제사회가 대국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상대국에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힘을 과시하며 위협할 때는 '대국'이고, 밥숟가락을 챙겨야 할 때는 '약한 척'을 주장해선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국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이' 그때그때 다른 것이 아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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