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명예교수 진단
콜먼 교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콜먼 교수는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인데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 복지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낮은 합계출산율의 원인으로 공통된 문화를 꼽았다. 주요 원인은 △가부장적 가족주의 △과도한 업무문화 △경쟁 중심의 과열된 교육환경 △낮은 양성평등지수 △보편적이지 않은 동거문화와 비혼출산에 대한 폐쇄성 등을 짚었다. 콜먼 교수는 "동아시아지역의 종말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현재의 인구추세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2750년에 국가소멸에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선진국 사례로 프랑스와 스웨덴을 들며 "이들 국가도 전쟁 직후 베이비붐 현상을 겪고 1970년대 여성의 교육과 노동시장 진출로 출산이 연기되어 출산율 하락을 겪었지만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여년의 시간을 두고 출산율을 회복했다"라며 "그 중심에는 성평등이라는 문화적 변화와 가족친화적 노동시장 개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복지정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높은 출산율의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로 △이민과 다양한 인종에 대한 포용성 △동거의 일반화 △다수의 비혼출산 △ 성평등 인식 △일과 삶의 균형을 들었다. 특히 콜먼 교수는 "선진국 출산의 30% 이상 비중인 비혼출산이 아니었다면 어떤 국가도 1.6 이상의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비혼출산이 한국처럼 극단적으로 낮다면 많은 나라의 출산율은 1.0~1.3 사이를 맴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평가도 이어갔다.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16년간약 280조원에 달하는 출산장려 예산을 썼지만 이 같은 금전적 지원 정책은 효과가 있더라도 일시적"이라며 "노동인구 유지를 위한 이민정책 또한 제한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일관된 복지정책을 시행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조했다.
콜먼 교수는 출산과 양육에 친화적인 문화 조성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콜먼 교수는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안심하고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고용안정, 직장의 보육 지원, 정시 퇴근문화, 가족친화적인 업무문화를 기업이 앞장서서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옥스퍼드대 인구학 교수와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장을 지내며 40년 이상 인구문제를 연구한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다.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우리나라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일깨운 바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포스코가 공동 주관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발기인 대표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과 정운찬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김두섭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계봉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허가형 국회예산정책처 과장이 저출산 위기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콜먼 교수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관 B동에서 '국제사례로 보는 인구문제 : 우리나라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인구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할 예정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