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추행을 당한 지적장애인에게 고모 등 친척들이 합의를 강요한 것을 알게 된 판사가 “가족까지 그렇게 해 버리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느냐”고 질책했다.
18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기소 된 70대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제주시의 한 창고 안에서 지적장애 남성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재판부에 B씨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B씨의 변호인은 해당 합의서에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청석에 앉아있던 B씨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고, B씨는 “합의하고 싶지 않았는데 고모들이 합의하라고 시켰다”며 “합의금 1300만원도 고모들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 이례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설령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온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프다는 피해자 입장을 더 대변해 줘야지 가족까지 그렇게 해 버리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느냐”고 호통쳤다.
그러면서 A씨의 변호인에게 “피해자가 또다시 가족에 의해 압박받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 2차 공판은 다음달 중 열릴 예정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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