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랜드 헤리지티 구축 (1)
정주영 선대회장의 뚝심으로 탄생한
첫 국산 고유 모델 '포니'...1975년 국산화율 90%
한국산 자동차 수출 길 닦아
정주영 선대회장의 뚝심으로 탄생한
첫 국산 고유 모델 '포니'...1975년 국산화율 90%
한국산 자동차 수출 길 닦아
[파이낸셜뉴스]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창업주가 (이탈리아) 토리노에 저를 찾아와, 대량생산용 자동차 디자인 하나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죠. 한국은 당시만 해도 자동차 산업이 시작도 되지 않은 곳이었죠. 그 당시 울산에 와서 보니, 이미 3년 만에 큰 배를 만들었더군요. 강한 의욕을 느꼈죠.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무척 빠른 속도로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창업주는 천재였고, 훌륭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포니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자동차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49년 만의 포니 쿠페 디자인의 '소환'으로, 진정한 의미의 첫 국산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포니의 탄생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자동차 불모지에서 탄생한 첫 한국 독자 모델
현대차에 따르면 포니는 1975년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첫 국산 고유 모델이다. 1967년 현대차가 설립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포니가 탄생했다. 물론 1955년 미군 지프를 개조해 만든 '시발(始發)자동차'부터 닛산과 손잡은 새나라자동차, 도요타와 합작해 차량을 생산한 신진자동차까지 앞서 해외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부품을 공수 받아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 모델은 포니가 사실상 처음이다.
물론 현대차도 처음부터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처음에 포드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단순한 조립을 넘어 독자적인 제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포드와 새로운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포드는 중국 진출을 위해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도요타의 행보를 지켜보며 현대자와의 합작사 계약 이행을 계속 미뤘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현대차는 독자적으로 고유의 양산형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포니 프로젝트는 수많은 반대와 우려에 봉착했지만 국산화을 이루겠다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결국 포니라는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꽁지 빠진 닭 모양'의 포니로 9번째 고유 모델 출시국
포니 개발에 있어 현대차의 첫 난관은 디자인이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신차를 디자인할 수 있는 인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유럽 곳곳을 수소문해 차체 디자인을 해줄 회사를 물색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포니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첫 인연을 맺게 된다. 현대차는 당시 30대의 젊고 유망한 디자이너의 가능성에 베팅을 했다 1973년 10월 15일 주지아로가 스타일 스케치 4종을 완료했고, 정주영 선대회장 및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꽁지 빠진 닭’ 모양의 디자인이 선정됐다. 그리고 포니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당시 유럽 주요 매체 라스탐파는 “한국이 자동차 공업국의 대열에 끼어 들었다”고 평가했다.
포니가 고유 모델로 조명을 받은 것은 대량 생산 체계에서 개발되고 양산된 첫 국산 고유 모델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기존 8개 자동차 공업국(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체코)에 이어 9번째 고유 모델 출시 국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당 국가들은 고유 모델을 수출한 '글로벌 차종' 생산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니는 한국산 자동차 수출의 포문을 연 차량이기도 하다. 1982년 7월에 포니는 단일 차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누적 생산 30만대를 돌파했는데 당시 수출 대상국은 약 60개국에 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니를 통해 해외 수출 시장의 길을 닦은 이후 1985년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며 "현대차가 이후 다양한 차량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됐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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