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구제역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충북 청주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첫 확인된 이후 확진 사례가 모두 11건으로 늘었다. 급기야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발생 근원지인 청주, 증평뿐 아니라 인접 시·군인 대전, 세종, 충북 음성·보은·괴산·진천군, 충남 천안시 등 총 9개 시·군에서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두 단계 올렸다.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총 4단계인데 최고 단계로 경계령을 발동한 셈이다.
정부도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7일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백신 추가 접종과 우제류(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이동 제한이 핵심이다. 이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제류를 기르는 전국 농장에 대해 구제역 백신 접종을 진행중이다. 그런데도 구제역 확산이 끊이질 않고 역학조사에서도 확진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현 시점에서 구제역 확산이 가져올 여파는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식료품값의 급등을 부추겨 서민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윳값부터 육류 가격이 식탁 물가 상승을 주도할 정도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은 1만7261원에서 1만9236원으로 11.4% 올랐다. 특히 육류는 대부분의 식품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제품 가격을 주도할 수 있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및 일부 음료는 우유 가격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설탕과 밀가루뿐만 아니라 우유 첨가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의 제조원가에서 우유 비중은 무려 3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유나 육류는 구제역과 직결된다. 구제역 확산이 단순히 농가 경제와 방역체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물가 전반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해온 한우 수출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원래 이달 중 구제역 백신 청정국 지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어 한우를 수출한다는 포석이었다.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최소 2년간 구제역 발생이 없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2020년부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 발생만 없었더라도 청정국 지위 확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태로 상가포르, 베트남 등 구제역 청정국에 한우를 수출하겠다는 구상이 불발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꺾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백신 추가 접종과 우제류의 이동 제한을 강화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민관이 협력해 현장 중심으로 신속한 방역활동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구제역 확산이 심화될 경우 물가에 미칠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다. 구제역 확산이 자칫 물가 상승의 방아쇠가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육류 등 수급 문제까지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에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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