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사회는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삶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10명 중 8명은 우리사회의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중산층은 줄어들고 상류층, 하류층으로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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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류층" 인식 가장 많아
20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분석한 '2023년 중산층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9.6%는 '우리나라는 돈이 있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이다'라는 질문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계층을 자가 평가해 달라는 물음에는 본인이 '하류층(41.7%)'에 속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산층(32%), 잘 모름·판단유보(25.9%), 상류층(0.4%) 순으로 나타났다.
계층 상승 욕구는 크지만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는 모습이다. 응답자의 69%는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나라(27.5%, 동의율),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나라(20.7%)로 평가하기보다, 한번 가난해 지면 평생 가난하게 살고(51.0%) 더 나은 상태로의 계층 이동은 불가능하다(51.3%)는 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공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젊은층일수록 미래에 대한 절망감은 컸다. 20대 응답자의 56.4%, 30대의 55.6%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장밋빛 비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양극화 심해질 것"
응답자 10명 중 8명(80.5%)은 앞으로 우리사회의 빈부격차 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여겼다. 특히 한국 사회는 상류층, 하류층만 있을 뿐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응답이 58.5%에 달했다.
실제 소득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근로소득 1000분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1%에 포함되는 19만9591명의 1인당 연평균 근로소득은 3억1730만원이었다. 중위 소득자와의 격차는 종전 9.9배에서 10.6배로 벌어졌다.
상위 10%인 199만5914명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2910만원으로 중위 소득자와 4.3배 차이가 났다. 역시 1년 전 4.1배보다 확대됐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 집중도도 높아졌다.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의 3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산층, 기준은?
한국사회의 '중산층'은 재산과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을 정하는 기준으로는 부동산을 포함한 총 자산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84.5%, 중복응답)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금 보유량(59.3%)과 직업(50.5%)이 그 뒤를 이었다.
중산층이 늘어날 필요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많아져야 국민이 행복해지며(62.7%, 동의율),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전체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68.0%에 달했다.
국가 차원의 방안으로는 집값 안정화(57.2%, 동의율), 지속적인 성장 정책(53.3%), 복지 정책 확대(51.9%) 등을 꼽았다.
엠브레인은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하며 한국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중산층 비율이 낮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니 중산층이 늘어날 필요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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