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父 죽여놓고, 송금 메모에 '아버지상' 적은 이기영"..딸은 슬픔에 울부짖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1 11:05

수정 2023.05.21 11:05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이기영(32)에 대해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가운데, 숨진 택시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슬픔과 더불어 분통 터지는 상황"이라며 호소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이기영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던 택시기사의 딸입니다'이라는 제목으로 누리꾼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A씨는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살인범에게 사형 아닌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슬픔과 더불어 분통 터지는 상황이 됐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 있어서 누가 될까 언론에 한마디 내뱉는 것도 정말 조심스럽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다"라며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이대로 가만히만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 공간을 빌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론화하고 공감을 얻고 싶어 글을 작성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기영(왼쪽)이 숨진 택시기사인 척 그의 아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네이트판 캡처
이기영(왼쪽)이 숨진 택시기사인 척 그의 아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네이트판 캡처

A씨는 먼저 이기영이 아버지인 척 카톡을 주고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이기영은 저희 가족과 카톡을 하는 내내 본인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망자가 생겨 그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 대화상대가 아버지가 아닐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경찰서에 도착해 사고 조회를 한 결과, 교통사고 접수가 아예 없다는 얘길 듣고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처음 알게 됐다"라며 "지금도 그날의 충격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위치 추적 요청과 함께 아버지의 실종 신고를 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라며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오가 돼서 제 전화로 경찰이 알려준 사실은 아버지 부고 소식이었다"라고 전했다.

숨진 택시기사의 통장의 이체 내역. 메모에 '아버지상'이라고 적혀있다. 네이트판 캡처
숨진 택시기사의 통장의 이체 내역. 메모에 '아버지상'이라고 적혀있다. 네이트판 캡처

A씨는 "이기영은 아버지를 살해한 직후 아버지 휴대전화에 토스 앱(은행 앱)을 다운받아 본인 통장으로 잔고를 이체했다. 남의 아버지 죽여놓고 보란 듯이 '아버지상'이라고 메모해 사람 우롱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분노했다.

그는 "아버지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해 간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장례지도사님이 제게 아버지 얼굴의 훼손이 심하니 많이 충격받을 거라고 보는 것을 극구 말렸다"라며 "남동생이 유일하게 봤지만,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밤 경기 고양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수리비를 주겠다"라며 파주 소재 아파트로 택시기사를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후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동거하던 50대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1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는데,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고 명백히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이 있을 때 허용돼야 한다"라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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