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매매대금, 무역대금으로 위장해 해외 유출
‘16조원’ 규모에 과거 사례 없어 제재 절차 장기화
금융감독원, 이번주 3차 제재심 통해 결론 낼 것
중징계 예고했으나 은행장 등 CEO 징계 가능성↓
‘16조원’ 규모에 과거 사례 없어 제재 절차 장기화
금융감독원, 이번주 3차 제재심 통해 결론 낼 것
중징계 예고했으나 은행장 등 CEO 징계 가능성↓
■13개 금융사에서 16조원 유출...'이상거래 징후' 포착 여부 쟁점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이번에는 결론을 낼 것”이라며 “현재 2번의 제재심을 통해 금융회사가 소명한 내용을 정리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이상 외화송금 거래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당시 4조1000억원 규모로 파악된 이상 외화송금 규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122억6000억달러(약 16조원)까지 늘어났다. 대부분의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를 거쳐 국내 신생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된 후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로 확인됐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수출입 업체를 가장한 송금업체 등이 가상자산 매매대금을 무역대금으로 위장한 뒤 국내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것이다.
쟁점은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AML)를 규정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자본거래 시 사전신고 등을 규정한 외국환거래법을 준수했는지 여부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서면으로 외국환거래법 등에 적시된 은행의 지급 증빙서류 확인 의무를 준수했다는 내용을 금감원에 전달했고 직접 3번째 제재심에 참석해 마지막 변론에 나서겠다는 금융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환거래법·특금법·은행법 얽힌 선례 없어 '지지부진'...CEO 징계 가능성은 낮아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이상 외화송금’의 경우 은행의 전형적인 위법 사유인 은행법, 지배구조법 위반이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특금법, 은행법 등 여러 법규가 얽혀있는 사항”이라며 “골치 아픈 것은 관련 전례가 많지 않아 법 적용과 관련해 시간이 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 금융사가 워낙 많고 그간 제재심이 대심제로 진행돼 금융회사들의 소명이 길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번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해 제재심에 오른 회사는 현재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8곳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 은행들이 동석해 동시에 진술하는 대심제로 그간 제재심이 진행됐다”며 “워낙 관련 은행의 숫자가 많고 제재 수위와 관련한 금융사의 소명 절차가 길어지면서 징계 수준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3차 제재심에서 확정될 징계 수위와 관련해 중징계를 예고한 금감원이지만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와 관련한 직접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말 이상 외화송금 제재 대상 금융회사들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업무 일부정지' 조치를 통보했는데 당시에도 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불법외화 송금으로 인해서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행장 등 CEO를 제재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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